애정과 통장 잔고는 상관 관계가 있을까?
후쿠가 후쿠이기 전, 그러니까 구조자에게 ‘애기’라 불릴 무렵에 난 고양이용품을 열심히 샀다. 앞서 말했듯이 2020년 6월부터 백수가 되었다. 수입은? 우연히 알게 된 청년수당을 지원받으면서 월 50만 원이 전부. 들어오는 것에 비해 나가는 건 턱없이 많았는데 본가에 드리는 월 45만 원은 생각보다 부담이 컸고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적금을 차례대로 깼다.
그러던 내가 고양이용품을 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운 좋게 세일을 하고 있어서 13만 원어치를 8만 원에 살 수 있었다. 그에 더해 작은, 아주 소규모의 공모전 두 개에 당선되어 각 10만 원씩 총 20만 원의 수입이 생겼다. 이후 언니가 5만 원을 보태줬고, 동생이 또 5만 원을 보태줬다.
사료, 캣타워, 식기, 모래, 장난감, 방묘창, 방묘문 등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 공모전에 당선되어 받은 돈은 처음부터 고양이를 위해 쓸 생각이라 아무렇지 않았다. 취업할 때도 ‘광탈’하던 내가 공모전에 수상한 것도 모자라 총 20만 원을 벌었다. 게다가 아는 분께 이 이야기를 말했더니 갑자기 힘내라며 3만 원을 송금해주셨다.
주변 상황이 이렇게 호의적인 적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입양의 과정은 기대와 절망, 실망의 연속이었지만 경제적인 상황들은 후쿠를 가족으로 맞이하라 독려했다. <연금술사>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만큼은 그 우주가 실재하긴 하고, 정말로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았다. 물론 이후 내가 얻는 경제적인 좌절감을 돌이켜보면, 특유의 자책으로 또다시 날을 세워 몰아붙인 걸 생각하면 아찔하긴 해도 말이다. 그래도 지금 그럭저럭 살고 있는 걸 봐선 최악은 아닌가 보다.
무언가 새로운 걸 할 땐 비용이 든다. 배울 때나, 여행을 갈 때나, 이사 갈 때도 마찬가지. 식구를 맞이할 때도 돈이 필요하다. 임신 중에 아이 물품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백수인 내가 고양이를 입양해놓고 이런 말 하는 게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분명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
이건 참 부끄러운 기억인데 대학생 때 주말 알바를 해서 50만 원을 번 적이 있다. 선천적으로 치아가 약하고 충치가 잘 생기는(식구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닦고 가글을 하는데도) 나는 갑자기 치료비를 내야 했다. 다음 학기 생활비로 쓰려던 돈이 한순간의 병원비로 날아가 버렸다. 그때 나는 방에 앉아서 펑펑 울었다. 항상 독종처럼 행동하던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집에 있던 할머니도 동생도 어쩔 줄 몰라했다. 할머니는 노인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치료해주는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젊은 나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며 눈물로 감정의 불을 꺼뜨렸다. 그리고 현실의 벽만을 바라보고 달렸다.
의지만으로 이겨내기에는 현실의 벽은 너무 컸고, 지금도 거대하다. 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감정과 상황에 패배하고 조울증을 앓고 있다. 아이러니하 게 경제적인 것만 연연하다가 결국 파국에 치달았다. 벽틈을 타고 자라난 잡초나 벽을 타고 열심히 올라가는 덩굴에 눈이 갔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작은 감정 하나 돌보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했다가 병을 얻고 말았다. 물론 돈에 집착하는 건 옳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한다. 병원에 가려고 해도 일단은 돈이 드니까.
고양이를 들이는 내내 고민했다.
‘나한테 안 왔으면 더 행복한 곳에 가지 않았을까?’
‘미니캣타워 말고 원목 캣타워에서 행복하지 않았을까?’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었다. 입양 후 한 달은 수습 기간으로 보내고 있었다. 결국 폭발해버린 난 식구들과 상담쌤과 의사쌤 그리고 구조자에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을 털어놨다. 모두 한결같이, 최고급 용품을 주고 방치하는 것보다 작지만 마음을 더 쓰는 게 분명히 동물에게는 전달될 거라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지해 터널에서 나왔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겐 가차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 번 입양하면 기본은 10년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 초등학교에 입학해 3학년이 되기까지의 긴 기간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은 내가 모아놓은 티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어쨌거나 수익이 들어올 예정이다. 글로 벌지 못하면 취업을 하기로 약속했다. 마지막 비빌 언덕은 우리 가족들이다. 언니와 동생은 형식적인 ‘넣어둬’가 아닌 나의 진심을 담은 사양에도 경제적인 부분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후 정말 후쿠가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었을 때 내 주변의 사람들이 참 많이 도와줬다. 결막염이 도졌을 때 구조자에게 안타까운 상황을 전하자 병원비를 보내줬다.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을 할 때는 후쿠머니(모임 통장)가 빛을 발했다. 힘든 상황이 더 힘들어질 뻔했는데 다들 십시일반으로 도와줬다. 물론 도와달라고 한 적은 없다. 데리고 있는 애의 상황을 공유한 것뿐이었다. 난 굶을지 언정 누군가에게 손벌리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혼자 끌어안는 나의 단점 중 하나다.
후쿠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힘을 줬다. 그와 동시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지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에 감동을 받은 것도 있다. 그리고 새삼 느꼈다. 힘들 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가 내게도 있다는 걸,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고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 진심은 후쿠를 통해 마음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