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고양이가 집사를 깨운다
마음의 병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할 때면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규칙적인 생활’이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는지 여부는 마음의 병의 호전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항목이다. 우울증을 극복한 책에서도 건강식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역설하곤 한다. 특히, '잘 먹고 잘 자기.' 가장 먼저 고장 나기 쉬운 부분이자 나아지고 있는지를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식욕과 수면이다.
후쿠가 오고 그다음 날, 나는 8시에 잠에서 깼다(아래 사진을 보니 8시가 아니라 6시 50분이었다). 숨이 막혔다. 눈을 번쩍 뜨자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단단한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 두 개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깜짝 놀라 몸을 비틀자 후쿠도 번쩍 몸을 움직이더니 멀리 가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
후쿠는 아주 애교가 많고 사람 친화적인 고양이다. 상담쌤의 바람대로 엄청난! 세칭 개냥이였다! 첫날에 바로 내 무릎에 앉는 것도 모자라, 침대에서 같이 잤다. 다음 날 세상 모르고 자는 내 위에 올라와서 나를 깨운 것도 개냥이 후쿠였다.
동물의 체내에는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생체리듬 시계가 있는 게 확실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새가 의지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아마도 그냥 일찍 일어난 게 틀림없다. 일찍 일어나는 고양이는 집사를 깨우기 바빴고, 후쿠 덕분에 가장 중요한, 고정된 기상시간을 타의에 의해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막 2개월 반이 지난 후쿠는 나보다 더 하루를 알차게 썼다. 그리고 한 번 집사를 깨우는 방법을 터득한 그날 이후 나를 매일 열심히 깨웠다. 하루는 손가락을 물고, 또 하루는 내 턱을 핥았다. 그럼 나는 고통에 부르짖거나 웃으며 일어났다.
그동안 나는 고질적으로 수면에 문제가 있었다. 상담을 받을 때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듣고는 방치되고 외면당한 내면 아이가 쿠데타를 일으킨 거라 표현하셨다. 영화 죠스에서 상어가 등장하기 전 웅장하고 긴장되는 음악이 울려 퍼지지 않는가. 폭식증, 거식증, 불면증은 딱 그 음악 같은 거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폭식증과 불면증을 심하게 앓았다.
의사 쌤은 내게 정해진 시간에 자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고, 만약에 늦게 자더라도 기상시간은 확실하게 고정해야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건 신년의 원대한 목표처럼 알고는 있는데 지키기 어렵고, 시간이 흐를수록 다이어트처럼 실패가 익숙한 목표가 된다.
물론 학교와 회사가 있다면 강제로 가능하다. 하지만 강제적인 규칙도 가끔은 금이 가기 일쑤였다. 강박에 가깝게 규칙에 순응하며 살았지만 대학교 기말시험에 30분을 지각한 적이 있고 회사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지각해서 마음을 철렁이게 했다.
심할 때는 저녁 11시에 자서 3시에 깨서 1시간을 내리 울다가 새벽 4시에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은 라면을 먹고 잔 사람처럼 부어있었고 침대에는 코 푼 휴지가 가득했다. 회사 근처에 자취를 했는데 출근하는 길, 잘 가꿔진 공원을 울면서 지나갔다.
몇 시에 잠드느냐는 다르지만 새벽에 한 번 깨고 펑펑 눈물을 쏟은 뒤에 지쳐서 잠드는 생활이 규칙이 되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잠드는 시간을 바꿨다. 저녁 10시에 자도, 새벽 2시에 자도 기본 한 시간, 심하면 두세 시간을 울었고 휴지는 빠르게 소진됐다. 할머니가 알면 재수 없다고 하실 법한, 아침부터 우는 것도 습관이 된 지 오래였다.
퇴사하고 안정을 되찾으면서 새벽에 깨는 건 점차 잦아들었다. 동시에 발작적으로 우는 것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잠에 들고 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취침 약을 강하게 쓰면 못 일어났다. 그렇다고 약하게 쓰면 잠에 들지 못했다. 아침 약, 소위 내가 ‘부스터’라고 부르는 정신을 맑게 해 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약도 일단은 일어나야 먹을 수 있지 않는가.
게다가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부터는 일종의 ‘각성’ 상태에 빠지면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또한 퇴사 후 초반에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몬스터 에너지 음료 한 박스 사서 매일 한 캔씩 마셨다. 약과 열정 과다로 오후 3시에 자서 오후 6시에 일어난 적도 있었고, 아예 하루 종일 자기도 했다. 얼굴은 푸석해졌고 끼니를 거르는 것도 습관이 되었다.
후쿠가 오고나서 일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좀비처럼 일어나 비몽사몽한 가운데 후쿠 화장실 청소를 하고 그릇을 씻고 새로 사료를 갈아 준다. 못해도 9시 전에는 정신을 되찾는다. 가끔 빨리 장난감을 흔들며 놀아달라고 보채는 통에 아침 약을 늦게 먹는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정 시간에 맞춰서 꾸준히 약을 먹고 있다.
원래 아침에 일어나면 여유를 부리며 커피를 먹으려고 중고로 캡슐 커피 머신을 샀다. 아무리 습관을 들이려고 해도 믹스가 체질인지, 커피를 내리는 걸 까먹었다. 그러나 화장실 모래 사이에서 감자와 맛동산을 캐고(고양이 소변과 대변이 모래 안에서 굳은 모양을 뜻하며, 캔다는 건 건져낸다는 걸 의미한다) 열심히 청소하는 건 잠옷을 입은 채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 와중에 옆에서 칭얼대는 소리는 알람처럼 청각을 자극했다.
잠에 드는 시간도 일정해졌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내가 침대에 누우면 후쿠가 어느새 옆에 와 자리를 잡는다. 후쿠는 잠드는 시간을 놓치면 막차 시간대의 지하철 같아서 언제 다시 잠들지 기약이 없다. 이 녀석은 낮에도 잠들 수 있지만 나는 컨디션 난조로 글을 못 쓰면 다시 불행의 순환고리가 완성된다. 그래서 일단 잠들려는 신호를 보내면 나도 후딱 잘 준비를 한다. 내가 누우면 내 가슴팍에 엉덩이를 들이밀며, 등을 댄다. 자기보다 높은 내 베개 한쪽 구석에 얼굴을 맞춰서 올린다. 어떨 때는 기꺼이 또 어떨 때는 하다 못해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데 속앓이를 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잠에 든다.
지금 잠깐의 욕심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삶의 계획표를 고정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단 걸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지키기 어렵다. 취침 전 스마트폰이 수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방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후쿠 덕분에 옳다고 알고 있는 걸 그대로 실천할 수 있었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꿈길을 찾아 떠나는 것. 그리고 마주 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것. 후쿠가 만들어준 나의 작은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