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혼신의 힘을 다해

고양이는 18시간 이상 잔다고 한다. 그중 깨어 있는 6시간 동안 먹고 놀고 싼다. 후쿠가 깨있는 6시간은 내가 일어나서 글 쓰는 시간과 겹친다. 먹는 일 싸는 일은 후쿠 혼자서 해낼 수 있지만 노는 일은 그렇지 않다. 놀아줄 때 고양이용 장난감이나 쥐 모양의 인형으로 흔든다. 사람은 빨리 지쳐도 고양이는 지치지 않는다.


낚싯대를 마구잡이로 흔든다. 너무 격하게 흔들지 않도록 조절한다. 그러다가 무아지경에 빠지면 나도 모르게 헤벌쭉 웃고 있다고들 했다. 불규칙에서 규칙을 찾으려고 하고 도구를 찾으려고 하고 더 쉬운 방법을 찾는 게 사람 아닌가. 어느새 나는 장난감을 관성적으로 흔들다 소위 말하는 ‘멍 때리는’ 일이 잦아졌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경우의 수를 있는 대로 끌어모으는 성향이 여기서도 나타났다.


그동안 컬러링, 뜨개질, 퍼즐, 캘리그래피 남들이 힐링이라 부르는 건 다 쫓아했다. 색칠을 하다가 손이 자동적으로 면적을 채워간다. 색칠에 익숙해지면 자책하기 일쑤였고, 코바늘을 하다가 단수, 콧수를 놓칠지 언정 걱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퍼즐은 빨리 못 맞춘다고 타박했고 캘리그래피는 재능이 없는데 종이를 낭비하냐는 내면의 힐난에 이기지 못하고 펜을 놓았다.


놀아주는 게 익숙해지자 후쿠를 보지도 않고 장난감을 흔들었다.

‘알아서 오겠지, 뭐.’

사위가 고요해진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들린다. 대충, 형식적으로 흔들고 있는 나를 후쿠는 빤히 쳐다본다. 그것도 얼굴만 빼꼼 내밀고. 아차 싶었다. 집중하지 않는 내 성향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때 비로소 생각을 비웠다. 다시금 놀아주는 행위에 집중했다. 후쿠의 움직임에 맞춰서 요리조리 덩달아 방방 뛰기도 한다. 그러면 어느새 내 머릿속에 있는 나쁜 괴물 같은 녀석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고양이는 마라토너가 아니라 단거리 달리기 선수라고 해서 짧고 굵게 격하게 놀아주면 된다고 들었다. 후쿠에게는 단거리이지만 내게는 꽤 긴 시간을 보내고 나면 후쿠는 잠들고 그제야 내 일과를 되짚어본다.



IMG_9334.jpg 빤히 쳐다보는 후쿠.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시간이 아깝다면?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에너자이저 후쿠가 버거운 적이 있었다.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기약없어질 때는 시간이 야속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후쿠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뭘 더 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내 성향 상 하이텐션일 때는 이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우주를 누빌 것이고 로우 텐션일 때는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상념에 빠지고 있을 게 틀림없다.


하나에 몰입하면 어느새 머리가 개운해진다. 고양이와 놀아주는 건 너무 쉽지 않고 너무 어렵지 않다. 그래서 좋다. 후쿠를 즐겁게 해 주고 고양이의 본능인 사냥놀이를 해소해줬다는, 당연한 그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후쿠와 놀아줄 때면 더 열심히, 내가 다른 이들보다 좋은 환경은 제공하지 못하지만 이거 하나는 너에게 제대로 해줄 거라는 마음을 품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더 좋은 환경에 갈 수 있는 아이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사리사욕에 아이의 생애가 희생당하는 건 아닌지. 나는 적어도 이런 생각을 초반 한 달은 밥먹듯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주변에 조언을 구한 걸 되새김질해도 구멍 난 보트에 바닷물 치고 올라오는 것처럼 생각이 밀려들 때는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아는지 모르는지 후쿠가 내게 다가와서 울면서 놀아달라고 칭얼거린다.


그럼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낚싯대를 들고 열심히 흔든다. 혼신의 힘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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