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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하 Iam Oct 20. 2023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춤도 잘 추더라

스윙댄스 에세이

"제가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패턴이 없어요"

"제가 잘 못해서 소셜 하기 부끄러워요"


자신이 춤을 잘 못 추기 때문에 스윙댄스 소셜 추는 것이 두렵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추는 댄서들처럼 많은 패턴을 아는 것도 아니고, 재즈무브를 멋들어지게 하는 것도 아니라서 기본 패턴만 반복하면 팔러들이 심심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리더도 있고, 패턴을 잘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팔뤄도 있다.


나 역시 잘 추는 리더와 춤을 추기 전에 '재미있겠다'라는 감정보다 '나, 잘 못 추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먼저 앞섰던 팔뤄였다. 



기본만 해도 재미있는데?

정모나 파티에 가면 스윙댄스를 잘 추는 리더와 꼭 홀딩하려고 노력한다. 잘 추는 리더와 추면 당연히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먼저 홀딩신청을 한다. 실제로 잘 추는 리더와 팔뤄들 주변에는 줄이 서있다. 다음 곡을 그 리더 또는 팔뤄와 추기 위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패턴과 기술이 있어야만 재미있나?

요즘 '핫한 리더' 또는 '잘 추는 리더'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궁금해서 홀딩을 신청하는 편이다. 정모에 갔는데 신청해 보라는 팔뤄 언니의 말을 듣고 신청했다. 웬걸? 재미가 없었다. 


그는 춤을 추는 내내 나를 단 한 번도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저 자신의 패턴만 열심히 했다. 혼자 멋있게 스타일링하며 춤을 추는 게 아닌가. 분명 같이 추는데 같이 추고 있지 않았다. 일방적인 소셜댄스였다. 


바운스와 기본 패턴만 해도 재미있는데?

반면 춤을 춘 지 1년밖에 안된 리더라도 재미있게 출 때가 있다. 스윙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아는 패턴이 별로 없었고 이제 막 배우는 시기였을 것이다. 배운 패턴을 스윙음악에 맞춰해 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1곡 추는 내내 서로 웃으며 췄다. 


스윙댄서 중 탑티어에 속하는 리더와 정모에서 소셜을 같이 췄다. 그 리더는 현란한 패턴보다 기본적인 패턴만 사용하고, 재즈무브를 하면서 음악을 내게 들려줬다. 아주 간단한 동작으로 말이다.


아, 춤을 추는 상대와 '같이' 췄을 때가 재미있는 거구나. 깨달았다.



춤을 잘 추는 스윙댄서들은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현란한 패턴 기술과 발재간을 갖췄다고 잘 추는 댄서가 아니다. '같이' 춤을 출 줄 아는 댄서가 춤을 잘 추는 댄서였다. 


'같이' 춤을 춘다는 말은 상대방이 추고 있는 춤을 잘 보고, 잘 반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글에서 한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무브를 하는데 그걸 보고 반응을 해줬을 때 서로 재미있어한다. 스윙댄스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니라 함께 추는 소셜댄스이기 때문이다. 


또 춤을 잘 춘다는 의미는 명확하게 리딩을 전달하는 리더이고, 팔뤄는 툭치면 툭 완성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리딩을 잘하는 리더와 춤을 추면 내가 무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춤을 추고 있다. 춤을 잘 추는 리더는 팔뤄에게 명확하게 어떻게 하라는 전달을 한다. 그래서 춤을 추는 내내 헷갈리지 않아서 재미있다. 턴을 돌라는 지, 이동하라는 건지, 스윙아웃인지 명확하게 리딩으로 전달한다. 


'아'라고 전달해야 하는데 '어'라고 전달하면 팔뤄는 헷갈린다. 말로도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어려운데 몸으로 전달하는 건 얼마나 어려울까. 정말 쉽지 않다. 


팔뤄잉을 잘하는 팔뤄는 리딩이 정확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다. 턴을 돌라는 신호가 약해도 투턴, 쓰리턴 돌아서 완성을 한다. 패턴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데 이미 팔뤄가 패턴을 하고 있다. '아'라고 말해야 하는데 '오'라고 리더가 말해도 찰떡같이 '아'라고 듣는달까?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안다. 그들은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듣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생각이 잘 전달되기 위해 명확하게 말하지 두리뭉실하게 말하지 않는다. 춤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함께 추는 춤이기 때문이다. 



춤을 잘 추고 싶다면?

스윙댄서 제갈량, 영쌤이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스윙댄스를 잘 추고 싶으면 아기랑 대화를 할 줄 알면 돼"


3살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땐 3살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그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아듣기 위해서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말을 할 때도 그 아이에게 맞춰서 말을 해야 한다. 친구들에게 말하듯이 말하면 아이는 알아듣지 못한다. 대화가 안 된다. 


혼자 자랑하듯이 화려한 패턴과 발재간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추는 사람에게 맞춰서 춤을 추는 능력이 춤을 잘 추는 능력이었다. 그러려면 상대를 집중해서 잘 봐야 하고 그에 맞게 반응해야 한다. 


춤을 잘 추고 싶다고? 그러면 대화하는 능력을 키우면 된다. 

잘 들어주고, 잘 반응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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