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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 Oct 07. 2021

소소한 에세이

10월이 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10월은 내게 참 특별하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는 시기가 10월에 있다. 그래서 10월이 다가오면 또 어떤 새로운 일이 생길까 설렌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사건은 결혼이었다. 11년 전 10월 23일 결혼하기 참 좋은 날이었다. 산천에 단풍이 근사하게 들어 전국 고속도로가 단풍놀이를 가려는 행렬로 꽉 막혔던 날이기도 했다. 천안의 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당시 청년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었기에 주례도 두 명의 신부가 서주었다. 한 신부는 결혼선물로 축가를 불러 주었는데 워낙 근사하게 불러서 하객들이 모두 반해버렸다. 그때 불러준 노래인 김동률의 감사는 우리 부부의 노래가 됐다. 파주에서 9시에 출발한 신랑 측 직장 동료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을 무렵 성당에 도착해 오자마자 바로 사진을 찍었었다. 상대적으로 일반 결혼식보다 식이 길기로 유명한 성당에서 진행했기에 그나마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었지 일반 예식장에서 했더라면 신랑 신부 얼굴도 못 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갈 뻔했다.

올해 10월은 수술과 승진이 있었다. 그중 수술은 정말 일생일대 큰 일이었다. 평소 건강하게 기초 체력을 유지한 덕분에 수술 후에도 무통주사 부작용도 없었고 항생제 부작용도 없었다. 퇴원 후에도 인풋과 아웃풋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누구세요?'라고 물을 정도로 얼굴이 부어있다. 배도 많이 아파서 가끔씩 나오는 기침이 참 괴롭다. 퇴원 직후 친정인 광주로 내려와 지금은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온갖 호사를 누리며 요양을 하고 있다. 올해 10월은 이렇게 몸 회복에 집중해야 하나보다. 퇴원 후 잠깐 집에 왔을 때 남편이 옆에 살며시 누워 나를 바라보며 내가 집으로 돌아와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친정으로 가게 되어 더 좋다고 했다. 엄마 밥 많이 먹고 건강해져 오라고. 그 말을 부모님께 했더니 엄마도 아빠도 내가 광주로 와서 좋다고 하셨다. 서울로 올라가서 돌봐주기 어려웠는데 내가 내려와 돌봐줄 수 있게 되어 좋으시단다. 온 가족의 사랑과 지인들의 사랑까지 무지 축복받은 10월이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길에 라디오 들었는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온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청취자 선물로 음악회 티켓을 준다길래 문자를 한번 보내봤다. 수술하러 병원에 가는 길인데 수술  끝나고 남편  잡고 좋은 음악 들으러 가고 싶다고 보냈는데 덜컥 당첨이 됐다. 입원 절차를 밟느라 라디오는  들었지만 위로와 응원 차원에서 선물해  것이겠지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일요일엔 남편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가게 됐다. 남편이랑 뮤지컬은 보러 갔어도 클래식 연주회는  가봤는데 아프니까 이런 공연도 같이 가준다. (그대여! 제발 졸지는 말자. 살짝 걱정...)


​10월의 마지막 밤이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와 함께 좋은 사람과 분위기 있는 술자리를 갖는 걸 좋아했는데 10월 말까지 열심히 몸 회복해서 마지막 날엔 남편과 감사도 부르고 시월에 어느 멋진 날에도 들으며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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