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많이 Sep 08. 2020

방탕한 화요일

절망적인 화요일마다 모험을 떠나요

오늘은 화요일이다. 모든 요일 중 화요일은 가장 절망적이다. 평일은 무려 4일이나 남아 희망은 저 멀리 있으며, 주말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끔찍했던 월요일의 피로까지 더해지니까. 살면서 화요일을 좋아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수요일은 하다못해 급식에 맛있는 메뉴라도 나왔는데. 목요일은 다음날을 기대하며 버티기라도 하는데.


어쨌든 그래서인지 나에게 화요일은 곧잘 방황하거나 살짝 딴 길로 새는 날이다. 요가를 다닐 때도 화요일은 땡땡이를 많이 쳤고, 급작스럽게 성사되는 술 약속도 화요일이 많았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퇴근하면 죽을 만큼 피곤하다. 하지만 방탕한 다음날을 위해 꾸역꾸역 운동을 해둔다. 초인적인 힘을 몰아 쓴 지옥의 월요일 덕분에 그나마 절망적인 화요일의 비행이 허락되는 요일 간의 상생 시스템.


이번 주 화요일, 오늘의 반항은 얼마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저녁식사 메뉴 <일본식 명란 크림 스파게티와 맥주>였다. 나는 일본식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일본식 스파게티에 맥주를 곁들이는 걸 좋아하지.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이어서 직접 만든 일식 스파게티는 오늘이 두 번째였다. 고소한 생크림, 꾸덕한 마요네즈, 짭짤하고 톡톡한 명란 소스가 탱탱한 면발에 어우러졌다. 날계란을 휙휙 저으면 더 촉촉해지고, 김가루의 은은한 향까지. 거기에 산뜻하고 가벼운 라거 맥주! 굳이 화요일에 맞춰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메뉴에 첫 도전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쌓인 분리수거도 음식물쓰레기도 치워 버리고, 동네 산책까지 가볍게 후루룩. 이 정도면 절망이 아니라 축복의 화요일이다.


분명 제일 싫어하는 요일이었는데,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모험이 있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다음 주 화요일엔 또 뭘 해볼까. 우리 모두 이번 주도 다음 주도 화요팅!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아야 정상인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