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많이 Oct 19. 2021

노잼 시기 극복법

프로젝트성 인생에 대하여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삶은 끔찍하게 재미없다. 하기는 싫고 해야 하는 일들에만 쫓기듯이 살다 보면, 뭘 해도 재미없고 의욕이 없는 '노잼 시기'가 물밀듯이 찾아온다.  문득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별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렇게 똑같은 테두리에 갇혀 영영 살아간다는 건 꽤나 공포스러운 일이다.


학생 때는 젊음에서 돈만 더해지면 삶이 채색될 줄 알았다. 여전히 옳은 문장이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소득을 얻으려면 대부분 돈을 버는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완벽한 덕업 일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간절히 소망하던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따박따박 꽂히는 소득의 안정감과 간간히 느끼는 작고 귀여운 성취감 말고 인생 전체의 행복까지 일에서 찾을 순 없다. 연차가 쌓일수록 월급은 더 많아지고 업무도 능숙해지겠지만 직책의 무게가 주는 압박감을 무시할 수 없다. 결혼을 한다면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그만큼 상대방과의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만약 아이를 낳기로 해 육아까지 더해진다면 자유를 빼앗기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니 먹고살기에 충분한 돈을 벌고 있고 내 몸뚱이만 책임지면 되는 바로 지금이 향후 몇십 년간 가장 내 맘대로의 시기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요즘은 인생에서 가장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는 시기는 사회초년생 때이고, 바로 내가 그 타이밍에 있다는 걸 절절히 실감한다. 아직 결혼 전이지만 유부의 길로 접어든 선배들의 '결혼하기 전에 많이 놀아, 하고 싶은 거 있음 다 해.'라는 푸념들도 같은 맥락이겠지. 그래, 내 맘대로 사는 거 좋다. 근데 맘대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의 내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슬쩍슬쩍 구경하고 싶다. 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해야 되는데 언젠가 해야지, 하며 미뤄온 것들은 영원히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채 남겨질지도 모른다. 죽기 직전 미련 가득한 채로 하지 못한 별거 아닌 일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달에 딱 하나, 그게 뭐든지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 '월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시껄렁할지라도 그 달의 목표를 하나씩 해치우고 어느새 한 해가 지나면, 1년 전의 내가 상상도 못 할 만큼 인생에 재밌는 얘기들이 쌓이지 않을까?


인생 프로젝트를 얼마나 부지런히 가꾸고 고민하는지에 따라, 삶이라는 요리의 풍미가 깊어질거라 믿는다. 때때론 처참히 실패할 수도 있지만, 조물조물하다 보면 죽이든 밥이든 빵이든, 뭐라도 되겠지!  첫 <월간 프로젝트>는 '브런치 북 출간'이다. 이 달의 프로젝트가 내 삶에 자잘하지만 신선한 파동을 일으키기를. 첫 삽을 뜨는 나에게 박수를! 짝짝짝.


이전 09화 좋은 멘토가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