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에서야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좋은 멘토의 존재다. 내가 생각하는 멘토는 나보다 앞서 같은 길을 걸어보고 다방면에 경험치가 높은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 멘토는 충고가 아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다. 어떤 초등학생에게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가 뭐냐고 묻자,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고 충고는 더 기분 나쁜 것이라고 귀엽게 말했다.
충고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조언은 듣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멘토는 내가 걸어온 길이 무조건 맞다고 너도 같은 길을 걸으라고 우기는 어른이 아닌, 나를 더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길을 찾아 주는 사람이다. 혼자는 알 수 없었던 그 길을 걸어갈 때 응원해주는 진짜 어른.
20대를 거치며 좋은 멘토들을 많이 만났다. 사람 관계에 애를 먹을 때, 진로를 고민할 때, 회사 생활과 업무를 배울 때. 중요한 순간마다 좋은 멘토들이 있어서 그나마 이만큼 자랄 수 있었다. 얼마 전엔 남자 친구와 다투고 나서 고민이 있을 때마다 종종 찾는 선배와 우연히 통화를 나눴다. 남자 친구와의 갈등에 대해 한참 듣더니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확실히 좀 애매하고 힘든 상황이긴 하네. 그런데 내가 봤을 땐 어떻게 보면 둘 다 지금 되게 행복한 거 아니야? 서로 좋아하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잖아. 나는 부러운데? 네가 마음 편하게 가지면 딱히 나쁘게 생각할 것도 없는 거 같아." 정말이지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선배가 해준 말은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생각의 전환이었다. 그래, 좋아하고 노력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난 뭐가 이렇게 심각한 걸까? 분명 남자 친구에게 서운한 점만 잔뜩 쌓여서 불만이 가득했었는데 제삼자의 한 마디에 꽁꽁 얼었던 마음이 와르르 녹았다. 그리고 선배랑은 얘기를 나눌 때마다 시야가 확대되는 걸 깨달았다. 늘 내가 갖지 못한 성긴 부분을 채워주고 환기시켜주는 좋은 멘토다.
살면서 불행과 위기는 파도처럼 계속 덮쳐 온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좋은 것을 찾아 우리 곁에 둬야 한다.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들로만 둘러싸인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결국 무엇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도움을 주는 멘토, 좋아하는 책, 뿌듯한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맛있는 식사. 앞으로도 부지런히 찾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