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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많이 Jul 23. 2021

요즘 직장인의 미라클 모닝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기

일상의 큰 변화는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기대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나는 아침잠이 많다. 고 3 때 기숙사에 살면서 밤늦게 까지 공부하고 다음날 아침 좁은 화장실에서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으며, 매일 고통스러워했던 그 감정이 아직도 강한 잔상으로 남아 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미라클 모닝'이라는 콘텐츠를 봤었다. '아, 그렇구나 출근하는 직장인인데도 먼저 이렇게 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는 사람도 있구나?' 그게 다였다. 그냥 딴 세상 이야기였을 뿐이다. 나는 회사를 다니고 요즘은 재택근무 중이라 늦잠을 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니까. 똑같이 퉁퉁 부은 눈으로 간신히 일어나 질질 끌려 책상 앞에 앉는 사람이니까.


나에게 2021년, 올해 6월은 정말 잔인한 한 달이었다. 원래도 쏟아지는 회사 일의 강도가 더욱 심해져서 일더미에 깔려버렸고, 참혹할 수준으로 여가 생활이 없었다. 나는 이것저것 장 봐서 소소하게 요리하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고, 뭐든 기록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 모든 것을 관뒀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힘든 일이 생기는 바람에 나 또한 정신적으로도 피폐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유월은 상반기의 마지막을 불태우듯이 자비가 없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이럴 때일수록 더 바쁘게 움직이고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7월이 되고 어김없이 생일이 찾아왔다. 이렇게나 설레는 마음이 추호도 없는 생일은 처음이었다. 생일 직전까지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서 살이 계속 빠졌고 최악의 컨디션을 유지 중이었다. 그러다 맞이한 생일엔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많은 지인들에게 기프티콘 선물로 스타벅스 쿠폰을 아주 많이 받았다. 고작 이것이 내 미라클 모닝의 계기다.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쓰고 싶은데 퇴근한 후 저녁엔 스타벅스에 사람이 많아 혼잡하고 시끄러웠다. 그럴 바엔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스타벅스에 가볼까?


그렇게 일주일째 주말도 예외 없이 아침에 스타벅스에 매일 출석 중이다. 나는 4시 반, 5시, 꼭두새벽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저 6시 반에서 7시 즈음 일어나 간단한 준비를 하고 스타벅스에 온다. 이렇게나 단순한 루틴의 변화는 나에게 다시 활력을 주었다. 그만두었던 모든 나의 취미를 다시 시작했고, 일하는 데에도 탄력이 붙었다. 퇴근하고 나서 저녁까지 먹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아침엔 사정이 다르다. 일단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씻고 나면 뭐든 하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 아침엔 아무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아서 집중하기 좋고, 사람이 적은 스타벅스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평화로움은 덤이다. 이 아침의 시간이 너무 황금 같아서 더 길게 느끼고 싶어 진다. 그래서 조금씩 일어나는 시간이 당겨지고 있다.


재택근무가 종료된다면 모닝 루틴이 깨질 수도 있겠지만, 아침 일찍 집중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미 맛봐서 언제고 다시 그리워질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출근을 하더라도 아침잠을 더 줄여서 이런 생활을 계속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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