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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하루가 피곤한 날은 마음도 지칩니다.

그런 날은 마음에도 스멀스멀 게으름이 피어납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면 좋겠고,

일 안 해도 돈 벌리면 좋겠고,

내가 안 해도 남이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망상이지요

다 허상입니다.

몸이 피곤하니 마음이 피곤하고

마음이 피곤하니 머리가 집중을 안 하고 딴 생각을 합니다.


멍하니 머리를 비우고는 다시 정신을 차립니다

다시 마음을 잡습니다.

이 세상에 알아서 되는 일은 세월의 흐름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계절의 흐름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내 할 바를 해야 합니다

그게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그게 중요한 일이든 하찮은 일이든

내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을 봐야 합니다

그게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입니다

내가 해놓은 일이 사람의 일을 다 해놓은 것인지

하늘의 명이 내게도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할 바를 묵묵히 하는 것이겠지요.


큰 숨 한번 내쉬어 마음속 망상 날려버리고

또 신발 끈을 매어 봅니다

큰 숨 한번 내쉬어 새 바람 가슴에 들이마시고

다시 붓 끝을 적셔 봅니다.

그렇게 진인사대천명 하여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진인사 盡人事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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