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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01. 2024

시 쓰는 밤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시나 쓰라고

눈 딱 감고

입 꼭 다물고

다 집어치우고

시나 쓰라고

그저 살아가는

시나 쓰라고

꽃 피우고 잎 날리는

그저 그런 시나 쓰라고


투사도 아니고

열사도 아니니

그렇다고 깜냥 있는

시인도 아니니

그저 돌아앉아

시나 쓰라고

오늘도 끄적끄적

시나 쓰라고

시라고 이름 지은

낙서나 쓰라고


시 쓰는 밤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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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치 상황이 답답하여 푸념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무도한 권력자를 향한 푸념이었지만, 때론 지지자에겐 불편하게 읽히기도 했었나 봅니다.

정치 글은 쓰지 말고 붓이나 들고 시나 쓰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내 글이 그리 불편했었나 생각하던 중, 우연히 인간의 뇌의 작용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통상 우리들은 사과를 좋아하는지 딸기를 좋아하는지 등을 물었을 때 어떤 결정을 하든 대부분 타인의 결정을 이해하고 수긍한다 합니다.


그런데 뇌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정치나 종교의 주제라 합니다. 그때는 뇌의 메커니즘이 이성의 영역보다 개인의 정체성의 영역이 활성화된다 합니다.

그러기에 나의 정치 성향이나 종교적 선택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이것을 개인의 취향이 다름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합니다.

참 재미있는 뇌의 반응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그간의 많은 이들의 다양한 반응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무도한 권력자를 향한 비판이었지만, 경우에 따라 듣는 이의 마음을 의도치 않게 상하게 할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그렇게 말은 칼이 되기도 하는 건데 말입니다

그렇게 글은 주먹이 되기도 하는 건데 말입니다

허공에 던진 돌팔매에 던 새가 맞기도 하는 건데 말입니다.


글을 쓰며 말을 하며,

한 번 더 자중하고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돌아 보아야 하겠습니다.

나의 신념과 믿음만큼

타인의 신념과 믿음도 이유가 있으니 말이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신념에 여유와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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