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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7. 2024

낙타 -신경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서

길동무 되어서.


낙타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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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의 시를 찾아 읽고 있다가 예전에 한번 그려보았던 '낙타'를 다시 한번 붓 위에 올려봅니다.


최근 작고하신 시인과, 저승길은 낙타를 타고 가리라던 첫 구절이 우연인 듯 묘하게 겹쳐집니다.

어쩌면 시인은 그렇게 낙타를 타고 세상사 까맣게 잊었다며,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있는 그 길을 낙타와 길동무하며 손 저으며 천천히 걸어가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게요.

세상사 그렇게 다 잊힐 일일 겁니다.

세상 슬픔도, 세상 아픔도

그렇게 손 저으며 잊힐 일일 겁니다

그리 어리석은 마음으로

그리 재미없는 시선으로

낙타 등에 실려 터덜터덜 길동무 되는 것도

그리 가엽지만은 않을듯합니다.


어디에선가 나를 태우러 올 낙타 한 마리 기다려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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