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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May 23. 2024
신경림 시인을 기리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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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시절 읽고 외우던 시의 시인들은 대부분이 이미 다 작고하신 시인들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같은 시절을 살아오던 작가들의 부고를 들으면 마음이 남다릅니다
평생 글을 쓰셨지만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싶다며 돌아가셨다지요.
신경림 시인의 시도 몇 번 붓 끝에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인을 추모하며, 많은 시 중에 '가난한 사랑 노래 '한 구절 옮겨봅니다.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시입니다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따라가보며 시인의 생전 마음을 더듬어 봅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따스하고 평화로운 사랑의 이야기들만 많이 엮으시길 기원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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