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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Jul 10. 2024
서여풍우 書如風雨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가끔 분노에 가득한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밀려오는 화를 글에 잔뜩 얹기도 했습니다
그런 글들은 뾰족합니다
그런 글들은 표면이 거칩니다
그렇게 글을 써 놓으면 분노가 풀리려니 합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 화가 식으려니 합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세상은 그 글로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글을 쓴 후에도 여전합니다.
다만, 뾰족한 글을 쓴 내 손가락만 갈라지고,
그 글을 읽는 무고한 시선만 상처 입습니다.
변하고픈 세상은 그대로이고
애꿎은 여린 마음들에만 상처를 입힙니다.
글을 다듬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에서 나를 빼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에서 화를 빼고
글에서 마음을 빼고
글에서 헛된 희망을 빼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이 바람으로 세상을 흘러갈 때까지
글이 비가 되어 세상을 적실 때까지
그 비바람에 깎인 바위가 벼루가 되는 그때까지 말입니다
지나온 나의 글을 읽으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여름의 한자락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세상
분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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