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밀정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밀정이란 단어가 자주 들립니다.

밀정 '密偵' 이란 표준국어 대사전에서는 '남몰래 사정을 살핌. 또는 그런 사람'이라 표현합니다만, 통상 간첩이란 의미로 쓰입니다.

영화가 개봉된 뒤로는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정탐하던 밀정이나 국내에서 일본에 충성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요.


통상 밀정들은 몰래 숨어서 활동하는 겁니다. 자기 신분을 감추고 뜻을 이루기 위해 위장하며 지내는 게 밀정이지요. 들키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요즘의 밀정은 대놓고 나옵니다.

세상이 만만해졌나 봅니다.

세상이 흉흉하니 나와도 되네 싶은가 봅니다.

세상이 무도하니 아무도 거리낄게 없어지나 봅니다

세상이 이제 자기 세상이 된듯하니 숨어 다닐 이유가 없습니다


밀정이 활개치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뜬금없는 곳에서 밀정들이 막 튀어나옵니다.

마치 쓰러져가는 초가집 지붕 무너질 때, 숨어있던 바퀴벌레 쏟아져 나오듯 말이지요.

지붕이 무너지고 기둥이 썩으니 온갖 벌레가 다 꼬입니다.

이참에 다 들어내야 하나요.

시간은 걸려도 힘은 들어도, 썩은 곳 부서진 곳 못 쓸 곳은 다 새로 고쳐야 하려나 봅니다.

멀쩡하던 집인데 잠깐 잘못 빌려줬더니,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대 공사하게 생겼습니다.

더위 지나고 선선해지면, 머리와 마음이 차분해지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차근차근 다시 지어야겠습니다.

벌레 없는 깨끗한 내 집을 말이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건강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이전 13화일주일만 참아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