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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서덕준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내 마음엔 계절없이 폭우가 쏟는데

넌 나 때문에 울어본적 있느냐


폭우 - 서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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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쪽으로부터 태풍이 온다더니 밤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방금까지도 세차게 쏟아지던 빗방울이 거짓말처럼 잠시 멈추었습니다.

폭우 경보가 뜹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폭염경보도 같이 뜹니다.

그러다 보니 비가 와서 시원해지는 게 아니라 사우나에 물을 붓듯 세상이 더 습해집니다.

그나마 태양이라도 가려주니 잠시라도 숨을 돌릴만합니다.


오랜만에 창가에 앉아 비에 젖은 화단을 봅니다. 열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차 한 잔을 마시며 달래봅니다.

밤새 내린 폭우에 휘청거린 꽃줄기들을 보며, 서덕준 시인의 '폭우'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폭暴은 사납다는 뜻입니다. 비가 사납게 내린다는 게지요.

때론 마음에도 폭우 같은 뜨거움이 쏟아집니다.

주체할 수도 없는 감정이 출렁입니다.

출렁임이 잦아들 무렵, 마음속에서 야속함도 생깁니다.

너 때문에 쏟아지는 이 폭우인데

넌 나 때문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릴지.

유치한 야속함이지만 솔직한 칭얼거림입니다.


다시 폭우가 쏟아집니다.

나 때문에 눈물은 흘리지 않아도 좋다

그저 이게 너를 향한 내 마음이라 말하는 듯

하늘은 그렇게 또 무거워집니다.


오늘도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려나 봅니다

그렇게 비워 낸 하늘은 한층 높아지겠지요.

그 하늘에선 이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합니다.

그 하늘에선 이제 질서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합니다.

그 하늘에선 이제 희망만이 보이길 기대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비워낸 마음에도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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