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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21. 2024

소를 웃긴 꽃 -윤희상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윤희상 ‘소를 웃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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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은 이래야 합니다.

허풍은 이 정도여야 합니다

긴가민가 살짝 의심하며 듣다가 우하하 유쾌하게 웃으며 모두들 즐거워야 합니다.

누구 하나 득을 보지도, 누구하나 손해 보지도 않습니다

누구 하나 부끄럽지도, 누구하나 건방져지지도 않습니다

유쾌한 허풍입니다


'내가 박사를 땄느니, 논문을 썼느니,'

'내가 사모님과 잘 아느니,'

'내가 느그 서장이랑 응?'

이런 모든 허풍은 누군가의 욕심을 위한 겁니다

그 허풍으로는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봅니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절망합니다.

그런 허풍은 사기입니다.

그런 자들은 '꾼'입니다.


이 겨울을 견디고 봄이 오면,

나주 들판에 다시 꽃이 피면,

그곳에 한번 가 보아야 하겠습니다.

소가 웃으며 넘어지는 그 들판에서

나도 맨발로 서서

발끝을 간질이는 꽃들과 웃어보고 싶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오늘에 유쾌한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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