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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20. 2024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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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따뜻해지는 시입니다.

무심히 가방에 한 봉투 담아주는 '선재'의 마음에 같이 감동합니다.

찬 바람이 불면서, 이제 골목 어딘가엔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겠지요.

고소하게 구워지는 따끈한 냄새와 함께, 오늘의 마음이, 오늘의 사랑이, 오늘의 행복이 구워질 겁니다


아마도 올겨울은 붕어빵을 볼 때마다 이 시가 생각이 날 듯합니다. 붕어빵 가게에서 두리번두리번 '선재'의 뒷모습을 찾으며 말이지요.


세상 모든 외로운 이들의 따스한 겨울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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