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의 주전자는 이제 한 사람을 위해 끓는다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뭉근하게

by 달글이

마침내 나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려 한다.


이 여정의 시작은 지독한 자기혐오와 마흔 번에 달하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못해 좌절했고,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나는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글을 쓰는 것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웃음 짓는지 알아가는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을 때, 지금의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과거의 나는 어리석게도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에게 괜찮은 남자로 보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찾고 나니 이제는 안다.

진정한 사랑은 오직 단 ‘한 여자’를 오롯이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그런 내가 지금은 너무나 자랑스럽다.

나의 모든 최선은 이제 그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쓰일 것이다.


나의 ‘사랑의 주전자’는 한때 너무 뜨거워 늘 데이기만 했거나, 아예 끓일 엄두조차 내지 못해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주전자는 가장 맛있는 온도로 뭉근하게 데워지고 있다.

뚜껑이 날아갈 듯 끓어오르지도,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뜨겁지도 않다.

그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가장 향기로운 차를 우려내고 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30대 후반의 동지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가장 중요한 연애는 바로 자기 자신과의 연애다.

내가 어떤 차를 끓여야 가장 향기로운지 알게 될 때, 그 향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반드시 나타난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길. 당신의 주전자도 가장 맛있는 온도로 끓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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