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주전자

너무 뜨겁지않게, 너무 차갑지않게

by 달글이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미지근한 물에 천천히 발을 담그듯,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나의 시간은 오히려 거꾸로 흘렀다.

심장은 고등학생 마냥 들떴고, 세상의 모든 것이 분홍빛으로 필터되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매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는 건 나를 너무 들뜨게 만들었다.


원래 새벽에 운동을 가는데 생각을 비우고 헬스장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고 난 후로는 "굿모닝"하고 카톡을 먼저 보내며 온갖 사랑스러운 생각에 묻혀 헬스장에 도착한다.

그녀를 매일 만나고 싶다!…라는 건 내 욕심인지라 그녀의 허락을 받으러 애쓴다.(지금도)


물론, 문득 이런 불안감이 생길 때도 있다.

"진짜 이렇게 매일 만나고 괜찮을까?"

애정이 빨리 식는 건 아닌지, 그녀가 빨리 질려하는 건 아닐까, 혹여나 연애수명을 앞당기는 어리석은 판단일까.

하지만 의문은 곧 확신으로 바뀌는데 오래걸리지않았다.


서로 책을 좋아해서 책방에 갈 때마다 책 선물을 했다.

덕분에 그녀가 추천해준 책(모순, 채식주의자 등 소설)을 읽으며 그녀의 세계관을 닮아갔다.

등산도 한 번 갔는데 코스를 놓쳐서 5시간을 산을 넘어 늦은 점심에 오리고기를 먹었다.

그때 가슴이 내려앉으며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매우 당황하며 눈치를 봤었다.

나의 실수에 불평불만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좋은 식당을 골라줬다며 나를 칭찬해줬다.


이런 사람을 만난 건, 그동안의 크고 작은 실패들로 얻은 자아성찰의 결과일까?


우리는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성장하며 사랑하며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기분만은 어렸지만, 이젠 더 이상 자기자신을 모르는 내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주전자에 물이 끓기 시작할 때, 과거의 나는 뚜껑이 날아갈 때까지 불을 끄지 못했다.

오히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희생과 행동만이 사랑의 증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로 인해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가장 뜨거운 순간, 서로의 불을 줄여 가장 맛있는 온도를 유지하는 법을 서로에게 배웠다.

활활 타오르다가 금세 재가 되어버리는 사랑이 아니라, 뭉근한 온기로 서로 데워주는 사랑.

이것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완벽한 연애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린 설렘으로 완숙한 사랑을 했다.

서로의 시간 속에서 존재하며,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이 따뜻하고 안정적인 온도를 평생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다음 단계, '결혼'이라는 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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