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지만, 부서지지않았습니다-프롤로그

불안한 내가 불안한 나에게 쓰는 편지

by 달글이

이 글을 쓰기까지, 그리고 이 마음을 온전히 꺼내 보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 불빛 뒤로 희미하게 떨고 있을 너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거든.


괜찮다는 막연한 위로는 공허하게 들릴 테고, 힘내라는 무책임한 응원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나 역시 그랬어. 모든 게 내 탓인 줄 알았지.

유난히 무시를 당하는 것도,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도, 나를 향한 날 선 비난들도 전부 내가 못나고 부족해서라고,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조금 더 싹싹하게 굴었더라면 모든 게 괜찮았을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어.


‘버티는 것’. 우리는 그게 미덕이라고 배우잖아. 하지만 그 버팀이 실은 내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그땐 미처 몰랐던 것 같아. 버티면 버틸수록 내 안에는 분노와 우울, 불안 같은 독소만 차곡차곡 쌓여갔지. 결국엔 내가 먼저 부서질 수밖에 없는 길이었어. 그러다 어느 날, 정말로 몸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어.


첫 번째 균열이었지.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공포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어. 이건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구나.

어떻게든 살아야겠구나.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 이야기야. 무작정 참고 버티거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치는 대신, 나를 지키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 기록이지.

나를 괴롭히는 소음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어.

‘네가 퇴사해. 내 인생에서 네가 나가야 할 사람이지, 내가 떠날 이유는 없어.’

이건 단순한 정신 승리가 아니었어. 나를 괴롭히는 문제와 나 자신을 분리하는 연습이었고,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는 아주 작은 반격의 시작이었지.


그래서 나는 너에게 ‘흘려보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나를 향한 공격적인 말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대신, 방수 코팅을 한 옷처럼 툭툭 털어내는 기술 말이야.

저건 저 사람의 문제이지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 감정은 저 사람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법이지.


물론 이 글이 너의 모든 불안을 말끔히 사라지게 하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아닐 거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여전히 가끔 불안해. 하지만 이제는 알아.

불안한 나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회사의 소음 속에서 어떻게 내 마음의 볼륨을 조절해야 하는지.

불안하게 보일지언정, 다시는 나를 부서뜨리지는 않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이 생겼지.


이 글에는 내가 직접 부딪히고 깨지며 터득한 아주 사소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이 담겨 있어.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를 지켜주던 플레이리스트나 , 퇴근 후 회사와 나를 분리하던 나만의 의식 같은 것들 말이야. 너에게도 너만의 무기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래서 어제의 너보다 오늘의 네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그러니 부디, 이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모든 것이 네 탓이라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아 주길 바라.

너는 유난스러운 게 아니고, 결코 혼자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