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률 개선, 그 대장정의 서막 (3)
목차
1. 응답 가능 시간 : 정책 변경은 마지막 옵션이어야 합니다
2. 핑퐁 화면 : Funnel의 생명은 맥락입니다
3. What's Next? : 운영개선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우리 서비스 정책 중에 <부모회원>이 <시터회원>에게 신청했을 때는 3시간 내에만 응답이 가능하다는 정책이 있다. 이 정책은 "좋은 시터, 빨리 찾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둔 안전장치 중 하나이다. 3시간이 지나면 <시터회원>은 더 이상 연결(매칭)을 위한 액션을 취할 수 없고, '인터뷰 지원하기' 버튼을 눌러 <부모회원>의 수락을 기다려야 한다. 간단하게 flow를 살펴보자.
두 번째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내가 연결률을 높이기 위해 제안했던 무색무취의 아이디어가 바로 이 '응답 가능 시간(time limit)'을 늘리는 것이었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3시간이야 금방 지나가니, 응답 가능 시간을 늘려주면 연결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응답 가능한 시간을 4시간으로 늘려주든, 5시간으로 늘려주든, 이 정책이 존재하는 한 만료된 신청서를 보는 유저는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응답 가능 시간 정책을 폐기해야 하나? 그건 안될 말이다. 1) 서비스의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일이고, 2) 커다란 변화에 걸맞은 impact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 근거/데이터가 부족할 할 뿐 아니라, 3) 정책 변화는 롤백이 어려워 작고 빠른 실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안된다고 말해서 너무 단정적으로 들렸을지 모르겠다. 절대 안 된다는 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를 다 써봤는데 어떤 것도 working하지 않을 때에나 정책을 건드리는 것이 맞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때로는 이런 제약사항을 깔고 가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를 더 뾰족하게 다듬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제 신청서가 만료되지 않는 옵션은 없으니, 만료된 신청서가 연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더 많은 부모가 마음에 드는 시터와 대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시터회원>들이 충분히 재지원하지 않는 게 문제인지, 혹은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데 <부모회원>들이 일반 지원에 비해 재지원을 덜 수락하는 게 문제인지를 살펴봤다. 놀랍게도 재지원 케이스가 일반 지원 대비 2.5배 ~ 3배나 높은 수락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tmi지만 혼자서는 일반 지원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락률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늦게 연락 오면 싫어하실 줄 알고... 그래서 거의 반나절 동안 재지원 수락을 설득/읍소하는 UX Writing을 잔뜩 고민해두고 있었는데.. 잊지 말자. 데이터 먼저 확인하기!) 결국, 진짜 문제는 <시터회원>들이 충분히 재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 아이템의 최소 요건을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1) 지금 보고 있는 페이지가 만료된 신청서라는 점을 명확히 안내해야 함 & (2) 새로운 지원서를 발행하는 작업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함.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템이 위 이미지의 핑퐁 화면이다. [신규 만료 신청서]의 바텀시트 상단 문구를 통해 최초 신청서가 만료되었음을 안내하고, 해당 문구의 action verb인 ‘채팅 요청하기’를 그대로 적용한 CTA(Call-to-Action) 버튼을 마련해 새로운 지원서 발행을 유도하고 있다. 아, 그리고 [재지원서]에서 “나의 신청 일자” 정보를 추가해 해당 <시터회원>이 재지원한 케이스임을 나타내는 UI를 추가했다.
여담:
CTA 버튼에서 ‘지원하기’라는 동사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맥락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시터회원>들은 <부모회원>의 신청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 페이지로 진입했을 텐데, 갑자기 '인터뷰 지원하기'라는 액션을 요청받고 있었다. 이건 마치, 직장인으로 치면, 스카웃 제의가 도착했으니 확인해보라는 알림을 받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까 자기소개서 작성 화면이 뜨는 꼴이다. '어? 내가 지원해야 되나? 알림이 잘못 온건가?' 하면서 다음 액션을 망설일 수도 있고,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페이지를 이탈할 수도 있다. 유저가 다음 액션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순간, funnel은 박살 난다.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 만료된 신청서를 본 <시터회원>들의 지원율이 3배나 상승했다. 300% 증가. <부모회원>의 수락률도 소폭이지만 증가했다. 페이지를 갈아엎은 것도 아니고, 바텀시트를 통해 페이지의 맥락을 살렸을 뿐인데 재지원에 대한 연결률이 3배나 늘어났다. 재지원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재지원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정말이지, funnel의 생명은 맥락이다.
이쯤에서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운영개선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글을 2편 정도 작성해보려고 한다. PO/PM의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 것 같은데, 나는 운영개선 프로젝트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유저의 편의성을 높이는 모든 작업이 좋고 그래서 종종 VoC 미팅에서 우선순위가 어딨냐고 구시렁거리기도 한다.
아무튼, 메인 프로젝트들을 배포하고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기간 동안 진행했던 운영개선 프로젝트들이 많은데 (FE 분이 "아주 하루도 날 쉬게 하지 않는군요 재희님!!"이라고 외치기도 하셨지만... 웃으며 말씀하셨으니 무효다) 그중에서도 내게 감동과 깨달음을 줬던 2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