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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Sep 20. 2022

'일단 대화해볼까?' 싶게 만드는 힘

연결률 개선, 그 대장정의 서막 (1)

목차

1. 다시 시작된 Ideation : 공급과 수요 사이, 플랫폼의 역할을 고민합니다

2. 연결률이 오른다 : 숫자 너머의 맥락을 이해합니다




1. 다시 시작된 Ideation

    우리 팀은 맘시터가 유저들에게 약속한 연결(매칭)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부모는 마음에 드는 시터와 대화할 수 있다."를 Objective로 정했다. 우리의 프로젝트들이 Objective 달성에 기여했는지의 여부는 Key Result인 연결률로 검증될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한 분들은 지난 게시글을 읽어주세요) 자, 이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질 차례다.

    

    보시다시피 꽤 간단하다. <시터회원>이 보는 신청서 화면에서 '수락' 또는 '조율' 버튼을 더 많이 누르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어... 왜 안 누르지? 애초에 본인과 이 일자리의 fit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나? 이게 가능하다는 것은, 이를테면, 알바몬에서 보는 아르바이트 모집 조건은 바뀌지 않는데 이 일자리를 본 유저들이 '지원' 버튼을 더 많이 누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와 같다. 나는 '아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응답할 수 있는 시간의 time limit을 늘려주면 어떻겠냐는 무색무취의 아이디어를 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BE 분께서 "모르는 건 아닐까요?"라고 질문하셨다. "자신이 이 일자리와 fit이 잘 맞는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흥미로운 주제이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서 업로드하는 것은 <부모회원>의 몫이지만, 이게 <시터회원>에게 좋은 일자리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전달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플랫폼의 몫이었다.


    그래, 유저들도 모를 수 있다. 그러니까 <부모회원>들이 <시터회원>들에게 당신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우리가 더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면, fit이 잘 맞는다는 걸 보여준다면 연결률이 올라갈 수 있겠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지, 그래서 서로가 서로와 더 많이 연결되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몇 가지 가설을 가지고 바텀시트들을 재구성해보았다. 우리는 크게 2가지 종류의 fit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일자리와의 fit, 그리고 이 일자리를 업로드한 <부모회원>과의 fit. [일자리 요약 바텀시트]는 전자의 가설을 검증하는 아이템이다. <시터회원>이 해당 일자리와의 fit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돌봄 장소, 급여, 일정을 요약한 디자인을 바텀시트 메인에 적용했다.


    나머지 2개의 실험군은 <부모회원>과의 fit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아이템들이다. 물론 개인과 개인 사이의 fit을 결정지을 수 있는 요소는 백만 가지가 넘겠지만, 우리 팀은 <부모회원>의 '신뢰도'와 '호감도'가 <시터회원>에게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평균별점 바텀시트]는 해당 유저가 받은 별점의 평균값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도'를, [높은별점 바텀시트]는 높은 별점이 매겨진 후기의 개수를 보여줌으로써 '호감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2. 연결률이 오른다

그래, 연결률이 오른다! 우리의 가설이 맞아떨어진 것일까?

     그래프에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정말 흥미롭게도 '수락'을 누른 비율은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해, '조율'을 누르는 비율이 최대 45%나 증가하며 전체적인 연결률 상승을 견인했다. 사실 '수락'을 누르든 '조율'을 누르든 두 유저를 연결하는 채팅창이 열린다는 점은 똑같다. 조율하고 싶은 내용을 입력하는 창이 뜨긴 하지만, 입력을 마치면 곧바로 채팅창으로 떨어지면서 대화를 시작하게 되니 수락/조율 기능을 얼추 비슷한 기능으로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조율' 한쪽만 확 커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이제부터 생각해보면 되지) 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시터회원>들이 '조율'을 누르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이 일자리의 조건이 자신의 기대치에 완벽히 부합했다면 '수락'을 누를 것이다. 그런데 애매하다면? 위치는 좋은데 시급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월/수/금 중에 수/금만 가능해도 채용할 의사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런 케이스의 유저들은 '조율'을 누를 것이다. 그런데 이 액션은 아주 커다란 전제조건을 갖고 있다. 이 <부모회원>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치가 올라와야 한다는 것. 바로 여기서 우리의 아이템이 working했구나! 싶었다. [평균별점 바텀시트]와 [높은별점 바텀시트]를 본 유저들은 무의식적으로 '오, 좋은 부모님인 것 같은데 일단 대화라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조율' 클릭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 팀은 이렇게 연결률을 높일 수 있는 지점을 하나 발견해냈다. 수치적인 결과 너머로 유저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니 더 많은 연결(매칭)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앞단을 건드려야 한다는 consensus가 생겼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이라면 앞단 중에서도 어떤 지점을 짚어냈을지 궁금한데, 우리 팀의 next step이 무엇이었는지는 다음 글에서 계속 공유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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