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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Nov 26. 2022

'나'만을 위한 메세지는 무시당할 수 없다

내가 애정하는 운영개선 프로젝트 2/2

목차

1. 인트로 : 우선순위가 낮았던 이유

2. '추가 메세지' 작성 : 진짜 검증하고 싶은 지점을 찾다

3. 예상치 못한 성과 : 높은 연결률, 낮은 무응답률



1. 인트로

    나는 우리 서비스 내에서 <부모회원>의 프로필과 신청서가 동일하게 쓰이는 지점이 굉장한 painpoint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채용 솔루션을 이용하는 회사라고 가정하면, 회사 프로필이 곧 채용 공고로 설정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여러 개의 채용 공고를 올릴 수 있어야 구인하는 입장에서도, 구직하는 입장에서도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내용의 VoC도 많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믿음은 점점 강해졌지만 이 작업을 최우선으로 놓을 자신은 없었다.


내 프로필 = 채용 공고 = 신청서... 뭔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제품 조직이 그렇겠지만,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 작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impact가 무엇이고 그걸 어떤 지표를 통해 검증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믿음을 우리 팀의 KR과 연결 지으면 이런 문장이 완성된다: "프로필과 신청서를 분리하면 연결률이 올라갈 것이다." 이 문장은 내가 봐도 이상했다. 근거가 되는 데이터도 없었고, 이걸 제대로 하려면 대형 프로젝트를 띄워야 할 판인데 밀어붙일 논리가 없었다.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이 건은 일단 백로그에 넣어두게 됐다. (그땐 미안했어..)


2. '추가 메세지' 작성

    우리 팀은 한동안 '연결'의 핵심 flow를 떠나 CRM을 강화하고, 재지원을 유도하며 연결률을 꾸준히 높여오고 있었다. 이제는 다시 핵심 flow로 돌아와 개선점을 찾자는 consensus가 만들어졌을 때쯤, 재미있는 의견이 나왔다. <부모회원>들이 인터뷰를 신청할 때 본인의 프로필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거나,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안하고 싶을 때 프로필을 일부 수정할 수 있게 해 주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 제가 예전부터 프로필과 신청서를 분리하는 게 꿈이었다"고 말하면서 그 백로그를 꺼내 들었다.


    분명 처음에는 결이 비슷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개는 전혀 다른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팀의 아이디어는 (1) 신청하는 과정에서 '프로필'을 수정/보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고, 나의 믿음은 (2) 하나의 '프로필'을 기반으로 여러 개의 '신청서'를 발행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2)는 (1)의 수요가 검증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피쳐가 된다. 기존의 '프로필'도 건드리려는 니즈가 없는데, 여러 개의 '신청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오버스펙이지 않은가. 결과적으로는 (1) 프로젝트를 통해 니즈가 확인되면 (2)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추가 메세지' 작성 & 조회 flow

    (1) 기능에 대한 수요를 검증할 최소 단위의 scope을 고민해 나온 결과물이 바로 이 '추가 메세지' 피쳐다. <부모회원>의 flow는 굉장히 간단하다. 프로필에 대해 첨언할 내용이 있으면 바텀시트에서 '추가 메세지'를 입력하면 된다. 문제는 오히려 <시터회원>에게 '추가 메세지'를 어떻게 보여주느냐 쪽에 있었다. 일정 상 웹과 앱의 배포일이 2~3주 가까이 차이가 나서 클라이언트 dependency가 없는 형태로 '추가 메세지'를 노출할 방법이 필요했다. 최소 멘사 회원으로 추정되는 BE 분이 '추가 메세지' input을 "신청 내용"에 string으로 밀어 넣고, 기존 텍스트와 구분되게 개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주셨다. 우리는 당연히 이 아이디어를 바로 채택했고, 무난히 다음 데모데이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Kai님 최고..)


3. 예상치 못한 성과

    웹은 9월 초에, 앱은 9월 말에 배포했다. 앱 최신 버전 배포율이 어느 정도 올라온 이후의 데이터를 보니, <부모회원>의 대다수가 '추가 메세지'를 작성해서 신청하고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프로필을 수정/보완하려는 니즈가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던 만큼, (1)은 이미 성공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추가 메세지'가 작성된 신청 건들의 연결률이 그렇지 않은 건들에 비해 항상 5~8%p 높았다! 우리는 연결률을 높이려고 만든 것도 아닌데!


앱 배포를 기점으로 치솟은 '추가 메세지' 작성 비율

    왜 나는 이 '추가 메세지' 작성 건이 높은 연결률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애초에 가설로 잡았던 문장이 틀려먹었다. "프로필과 신청서가 분리되면"이 아니라, "시터는 부모에게서 개인화된 메세지를 받으면"이 맞는 문장이다. 그 뒤에 "연결률이 오를 것이다"라는 말을 붙이는 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스카웃 제안에 비유해보면 더 이해가 빠르다. 정말 '나'라는 사람을 스카웃하고 싶어서 쓴 메일과, [Web발신]이라도 붙은 듯한 스팸 메일은 확연히 구분된다. 왜 내가 이 자리에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나의 R&R은 무엇이고 협의 가능한 지점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써준 메일에는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답장을 보내게 된다. 그게 수락이든, 거절이든 말이다. 실제로도 '추가 메세지'가 작성된 신청 건들의 무응답률도 ~10%p 낮게 나타나고 있었다. 정말 감동적이다.


    정리해보면, <부모회원>들은 신청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프로필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려는 니즈를 갖고 있다. 그리고 '추가 메세지'를 작성한 건들은 높은 연결률과 낮은 무응답률을 보인다. 우리의 next step은 꽤 명확하다: <부모회원>들은 '추가 메세지'를 더 잘 쓸 수 있어야 하고, <시터회원>들은 '추가 메세지'를 더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다음 글에서 고도화된 버전을 공유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우리 팀은 그 사이에 도메인 변화라는 큰 도전을 맞이하게 되었었다. 단순히 더 많은 연결을 위해 달릴 것이 아니라, 면접이나 채용으로 이어지는 "좋은 연결"을 위해 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차차 풀어나가보겠다.


괜히 적어보는 lessons-learned

: PO/PM으로써 본인이 맡은 도메인의 방향성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도 좋지만, 그 믿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주니어 PO의 핵심 역량인 것 같다. 이런 믿음과 프로젝트 경험들이 쌓여서 Senior PO/PM이 되면 제품 전체의 로드맵을 제시하게 되는 것 아닐까? (아니라면 미래의 내가 민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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