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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Jun 27. 2024

완벽한 것의 폭정

This is marketing (마케팅이다) 후기2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만 해도 완벽주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대체로 꼼꼼하며, 조심스럽고, 차분하다. 그들의 성격이 부러웠던 적이 많다. 태생이 꼼꼼하지 못하고, 성격이 급한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완벽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완벽한 것이 주는 쾌감과 성취가 있다. 그런 것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나는, 매 시험이나 과제 제출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시작은 악기였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오래 배웠지만 실수 없이 한 곡을 완벽하게 연주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다음은 공부였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시험 직전까지 완벽하게 무언가를 암기하고, 공부한 적이 없었다. 벼락치기 식의 공부와 게으름. 그러면서 점점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으니까.




대학에 와서는 과제가 그랬다. 성격상 대충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을 때 뭐든 마무리해버린다. 그건 공부든 과제든 운동이든 관계든 다 그랬다. 건축학과 특성상, 과제 마감이 정말 잦다. 한 학기만 해도 수십 번의 과제 마감이 있다. 그때마다 난 7-80% 수준의 퀄리티로 과제를 마감했다. 최종 마감도 비슷했다. 그렇게 5년을 보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니 완벽이라는 단어는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졌고, 적당히라는 스탠스로 늘 관성처럼 돌아갔다.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의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흥미를 느끼면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였다면, 꽁꽁 숨겨 아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닳아버려서 싫증이 날 테니까.




좋아하는 것, 흥미로운 것을 완벽하게 끝내버리려고 하지 마라. 적당히라는 이론이 유일하게 작용하는 분야일 것이다. 이것들은 적당히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적당히 유지하면서 조금씩 더 낫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겐 글쓰기가 그렇다. 나는 글을 완벽하게, 베스트셀러 작가처럼 쓰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쓴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 수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그만두거나, 잊어버리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시작한다. 그냥 쓴다. 그 대신 더 나아질 일만 남은 것이다. 완벽한 글쓰기를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글쓰기에 대한 흥미나 목표가 사라질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그저 완벽함을 추구하되, 집착하지 않으면 된다.




완벽한 것의 폭정 : 완벽한 것은 문을 닫는다. 우리는 할 만큼 했으며, 이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노력조차 못하게 막는다.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실패다.  마케팅이다 (This is marketing) 중 p.352




완벽하지 못한 사람의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는 완벽보다는 더 나음을 추구하고 싶다. 그게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테니까.




사람도 똑같다. 너무 좋아하는 친구나 지인은 아껴야 한다.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고, 매일 보고 싶더라도, 닳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 아닌 타인은, 그 유효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 기간을 얼마나 줄이고, 늘리느냐는 그 사람을 얼마나 잘 대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마구마구 사용해서 유효기간이 닳지 않게, 적당히 아낄 필요가 있다.




완벽한 것은 문을 닫는다. 우리의 관계도 정점에 이르고 나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물건만 그런 것 같지만,  사람 간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슬프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아낀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숨긴다. 닳지 않고, 오래도록 꺼내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마케팅이다 ㅣ 저자 세스 고딘 ㅣ 출판 쌤앤파커스 ㅣ 발매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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