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시간만 일한다 후기 1
오늘 도서관에 가서 새로운 책을 빌렸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집어 들었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다. 그렇다면 행복의 반대는 무엇일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나 엘리멘탈에도 나오듯이, 불의 반대는 물, 행복의 반대는 슬픔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행복의 반대는 '지루함'이라고 한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헙!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100% 아니 1000% 맞는 말이다. 우리는 지루해지는 순간, 끝이다.
행복의 반대는 반박의 여지없이 지루함이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중 p.63
어릴 적부터 나의 삶의 좌우명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낙천적이게 살아왔다. 어느 정도 행복한 삶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지루하면 절대 하지 않는 나의 성격 덕분이었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것은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안 했다.
때로, 해야 할 것들을 안 하고, 재미난 것들만 찾아가는 나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창 시절엔 공부가 그랬고, 대학교 땐 전공 과제들이 그랬다. 재미가 없었다. 17세 야자 시간에 학교에 갇혀 앉아 있는 게, 미치도록 답답했다. 24세, 코로나가 터지고 하루 종일 집에 앉아 과제를 해야 할 때도 그랬다. 날씨가 좋은데 하루 종일 이렇게 재미없는 걸 하고 앉아 있었야 해? 건축을 하면 내가 30대, 40대에도 날씨 좋은 날 사무실에서 썩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과 동시에, 건축을 포기했다. 지루해 미치겠었다.
마감에 쫓기면서 내내 불안한 채로 살아가고, 자신 없는 나의 설계를 내보이고 욕먹는 일. 그래도 그 속에 재미가 있었다면, 나는 건축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와 친한 한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넌 하기 싫고 재미없는 건 억지로 안 해서 좋아.
대부분의 어른들은 말한다. 견뎌라. 버텨라. 버티면 반은 간다. 조금 참을 줄도 알아야지.
아직 철이 없는 나는 이런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세상에,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늙어가는 일이란 불가능 한 것일까? 나는 무조건 가능하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뜬구름 잡는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꿈꾸고 싶다. 그런 세상은 무조건 있다고.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된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비행기 사고나 화재가 아니다. 그것은 구제 불능의 지루함을 참을 만한 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기억하라. 우리의 적은 지루함이지 어떤 추상적 개념의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나는 4시간만 일한다 중 p.66
추상적인 실패 따위는 두렵지 않다. 앞으로 나는 일을 하고, 사업을 하면서 많은 물리적 실패와 추상적 실패를 경험하게 되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두렵지 않다. 실패해도 괜찮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무언가에 흥미를 잃고 갈 길을 잃는 것이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도 된다. 재미를 찾아라. 행복해질 유일한 방법은 거기에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지금 즐거운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사람은 참 단순하고, 쉽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을 만나거나 찾으면,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되어 있다. 동기부여, 의지, 결심 등 이런 진부한 단어와 누구보다 멀었던 나를 보면 알 수 있다.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낭만이라 부르는 것들만을 찾아 살았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만을 좇는 삶이었다. 영화에 빠져 살았고, 소설만을 읽었으며, 허구의 글을 썼다. 물론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 큰 행복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이제는 도움이 되는 글쓰기, 책 읽기에 조금 더 가까워지려는 중이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고, 오랜 행복을 갖는 유일한 도구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