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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그모어 May 05. 2024

47 BRAND

민희진 대표의 기자 회견을 보며 느낀 47가지

민희진 대표의 기자 회견을 보며 제가 느낀 바를 일기처럼 끄적끄적거려 봤습니다.



1.

기자들과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나이트 크롤러’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윤리와 도덕성을 버리며 악착같이 취재 대상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으려는 주인공 이야기. 주인공 자체가 지독한 악역인 특이한 영화다.

영화 '나이트 크롤러' (2015)



2.

그러나 기자들 욕할 것 없다. 민희진 대표는 “모두 내가 죽기를 바라나?”라고 표현하던데, 그건 지나친 자의식 과잉이다. 그분들은 그저 주어진 할 일을 했을 뿐이며, 누구든 기자라는 신분이 되면 취재감인 민희진 대표를 대상화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3.

오히려 주최 측 실축 같다.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회견 순서를 보다 더 섬세하게 구성했어야 했다. 물론 ‘긴급’ 기자 회견이었던 만큼 이 또한 이해가 된다.



4.

세종 변호사 두 분은 정말 세종에 다니실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감정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민희진 대표와 대비하여 그들의 차분한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물론 그들도 사람으로서 긴장했다는 모습이 종종 엿보여 반가웠다.



5.

민희진 대표가 착용한 모자와 긴팔 티셔츠가 품절되었다고 들었다.



6.

47 브랜드 모자가 이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MLB나 뉴에라처럼 빳빳한 새 모자 느낌보다는 한차례 워싱이 되어 살짝 빈티지한 느낌을 자아냈고, 구단 로고도 크게 넣기보다는 작게 넣어 아기자기한 감성이 있는 야구 모자. 그러나 모자 깊이감이나 크기가 아쉽게도 내가 즐길 수 없는 것이어서 멀리했던 브랜드였는데, 이번 민희진 대표 이슈를 통해 이 브랜드가 다시금 내게 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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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민희진 대표의 California General Store 긴팔 티셔츠도 꽤 감각적인 코디였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린 색감이다.

일본 브랜드, California General Store



8.

그래, 민희진 대표는 역시 뉴진스를 기획한 사람이니까. 자신을 어필하는 코디력도 좋겠지.



9.

아님 민희진 대표가 입어서 좋은 코디라 느껴지는 것일까.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10.

사실 이번 후쿠오카 바잉 갔을 때 California General Store 아이템들을 직접 두 눈에 담고 싶어 이리저리 찾아다녔으나 실패했다. 해당 브랜드를 전개하는 편집샵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매장에도 없더라.



11.

(너무 당연한 소리라 타이핑한 글자 수가 아깝겠지만) 엔터테인먼트도 결국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12.

회사라는 곳이 가끔은 이상하게 느껴진다. 아니야 가끔 아니라 자주. 무언가 같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모인 집단인데, ‘그렇게 모여서 생기는 일’이 되려 더 커질 때가 많다. 목적을 잃고 기이하게 뒤틀린다. 하이브 VS 민희진 대표 이슈도 그런 맥락이라 생각한다.



13.

아버지께서 늘 그러셨다. 회사(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회사는 고용인 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게끔 만들고자 하고. 고용인은 내가 없으면 회사가 잘 안 돌아가게끔 만들고자 하는. 그 둘의 치열한 힘겨루기라고.



14.

그나저나 내가 마흔일곱 개를 채울 수 있을까?



15.

성공한 이들에겐 확실히 불도저 같은 면이 있다. 민희진 대표 입담에서도 그게 느껴진다. 저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비속어를 섞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16.

근데 정말 억울하고 화나면 가능할지도.



17.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혹은 일하면서 억울한 상황에 안 처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민희진 대표는 그녀가 기획해 내는 결과물이 유명 아이돌 '뉴진스'라는 이유로 세상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여준다. 물론 그전엔 반대로 억울하게 마녀사냥식 여론이 쌓여 힘든 점도 많았겠지만. 그래도. 해당 기자 회견 속 민희진 대표의 모습은 진짜 좀 시원해 보였다. 상황을 겪지 않은 나조차 체증이 훨훨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18.

그렇게 격양되고 감정적인 모습치고는 민희진 대표의 이야기엔 긴 서사가 있었고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이 많았다. 그 사실이 꽤나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19.

그러나 어폐도 있다. 민희진 대표가 바라는 바를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하이브가 제공 가능한 서포트는 받고 싶지만 간섭은 절대 받고 싶지 않아’인데, 유아적인 사고다. 본인도 하이브에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아이돌을 기획하기가 훨씬 더 수월하리라 기대했다. 회견에서도 본인 입으로 그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그 기대에 따른 대가를 예측하지 못한 듯하다.



20.

간섭이라는 대가가 싫었고, 0부터 끝까지 다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가 아닌 어도어라는 완벽하게 독립적인 레이블을 만들었어야 했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고용 관계는 없다.



21.

그러나 민희진 대표가 느끼는 빡침의 방점엔 ‘차별’에도 있는 듯하다.



22.

기자 회견 영상에 달린 인상적인 댓글 하나가 바로 그거였다. 민희진 대표를 두고, 일은 잘하지만 정치질은 못하는 직장인의 울분이라고.



23.

내게도 아주 조금 유사한 경험이 있다. 예전에 내가 두 번째 다니던 회사에서. (편의상 알파벳을 사용하겠다) 내가 속한 D팀은 20명 정도 되는 팀이었다. 해당 팀은 A파트 10명과 B파트 10명으로 나뉘어 있었다. D팀장과 더불어 A파트장과 A파트원들은 초기 멤버 위주였고, B파트장과 B파트원들이 후발로 입사한 멤버들이 주를 이뤘다. 나는 B파트원이었다.



24.

큰 행사를 마친 뒤 문제가 터졌다. A파트는 파트 업무 특성상 현장을 나가 있어야 하는 업무였고, B파트는 상황실에서 서포트하는 업무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D팀장은 큰 행사 후 A파트에게는 전원 휴가를 줬고, B파트는 전원 출근하게 했다.



25.

물론 파트별 업무 강도에 따라 팀장 판단 하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런 결정이 음지에서 이뤄졌다는 점. A파트 팀원 중에서도 나와 친한 분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 사실에 대해 쉬쉬하기를 지시받았단다. B파트는 출근한 뒤 A파트 자리가 빈 것을 보고 처음엔 외근 중으로 오해했을 정도. 하지만 A파트와 B파트 업무가 완전히 독립된 업무가 아닌 터라 결국 B파트는 업무 진행 간 A파트원들이 모두 휴식 중인 것을 알았고, B파트는 분개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소리 내어 불평하지 못했다. B파트장조차도.



26.

그때 결국 내가 총대를 멨다. 행사 직후에 모두가 출근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공지가 있었는데, 왜 A파트원 중엔 출근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지 D팀 전원을 참조 걸어 D팀장에게 따지 듯 메일링을 했다. 생각해 보면 그전까지는 D팀장이 나를 제법 좋게 봐주셨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확 틀어졌던 기억이.



27.

여기서 핵심은 A파트장은 D팀장과 긴밀했고, B파트장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 기억에도 A파트장은 D팀장과 물리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고, 또 이런저런 토로를 많이 하고 그래서 편의적인 부분도 많이 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내 사수인 B파트장은 별말 없이 우직하게 일하는 스타일.



28.

굳이 따지면 B파트장이 민희진 대표와 같은 입지이지 않았을까.



29.

이런 내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30.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를 진심으로 아끼는 것 같다. 뉴진스 얘기할 때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산고가 느껴졌다고 하던데, 정말 유사 엄마의 마음이려나.



31.

하지만 개인적으로 위 같은 표현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일적인 관계에서 가족과 같은 끈끈함을 찾는 표현 말이다. 끈끈함이 때론 끈적거린다. 오히려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에 대해 선선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32.

그건 민희진 대표가 지닌 뉴진스에 대한 애정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뭐랄까. 제작자로서의 직업의식 같은 것이랄까. 뉴진스를 자신이 이뤄낸 고결하고도 티끌 없는 결정체처럼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사업적인 관점으로 냉정하게 이야기해 보면 하이브가 고용한 민희진이라는 생산자가 만들어낸 상품이 뉴진스일 뿐이다.



33.

덧붙이자면 (과연 좋은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가령 이런 거다. 현대자동차에서 운전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쉽게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하여 현대차 모델에 적용하였다 가정하자. 구매자들의 만족도는 올라갔고 안정성도 높아졌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에서도 새롭게 출시되는 모델에 이를 적용하고자 했다. 그랬더니 해당 기술을 개발한 현대자동차의 한 부문장이 반기를 들고일어난 것이다.



34.

그러나 이 비유가 고스란히 적용될 수 없는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란 감정을 지닌 ‘사람’이라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가 타 사업군보다 흥미롭고도 어려운 이유라 생각한다.



35.

민희진 대표의 많은 말들 중에 꽤 감동한 부분 있는데, 뉴진스 앨범의 포토카드가 ‘랜덤‘인 이유에 대해서 말할 때. 랜덤 방식이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1인이 다량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팬을 대상으로 벌이는 질 나쁜 상술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녀가 랜덤 방식으로 채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멤버별 인기가 반영되는 판매량 측정이 불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36.

우리가 연예인 입장을 입각할 일이 많지 않지만,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상대적인 인기도가 측정되기 시작하면, 인기가 높은 사람은 회사 차원의 관리가 더 높아질 것이고 그런 분위기는 그 이를 거만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이의 자존감은 낮아지거나 혹은 질투를 하게 되겠지. 이런 차등의 분위기는 결국 팀워크에 균열을 만들어 파국에 치닫게 되지 않을까.



37.

꽤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이와 같은 이슈로 와해되었으리라 생각된다.



38.

그래서인가.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일까?) 타 아이돌 그룹에 비해 뉴진스의 멤버별 인기는 굉장히 고르다고 느껴진다. 이 역시 민희진 대표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고 이런 면에서 그의 역량이 대단하다 여겨진다.



39.

개인적으로 뉴진스의 데뷔가 준 충격이 잘 잊히지 않는다. ATTENTION을 들으며 굉장한 신선함을 느꼈다. 30대 남자인 나에게 10대 언저리쯤에나 느껴질 법한 풋풋한 설렘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HYPE BOY를 들으며 이는 더 짙어졌다. 이런 얘기를 하면 내 연식이 나오겠지만, 고등학생 때 동방신기 HUG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가 딱 그랬다. 풋풋함. 청량감.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는 느낌.



40.

뉴진스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도 없었다. 데뷔 앨범이 워낙 큰 성공이었던 터라 이후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OMG과 DITTO도 대박이 났고 그들이 하는 패션과 아이템은 소위 '디토 감성'이라 불리며 큰 트렌드를 불러일으켰다.

태그모어에서 판매했던 ARC'TERYX HELIAD 10. 물론 뉴진스가 DITTO 뮤직비디오에서 멨던 가방은 HELIAD 15였지만.



41.

아무튼 그런 뉴진스를 기획해 내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민희진 대표가 새삼 대단하다. 물론 또 그걸 잘 내재하여 좋은 출력(?)을 보여준 뉴진스 멤버들의 역량도 결정적이었겠지만.



42.

몰랐을 때는 뉴진스의 성공은 분명 하이브라는 거대한 자본의 서포트가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이브 내부에서는 정작 찬밥 신세였다는 것이 꽤 충격이다. 그 와중에도 위와 같은 성공을 이끈 민희진 대표의 추진력을 매우 높이 산다. 그러나 그런 추진 과정에서 민희진 대표 안으로 쌓이고 쌓이던 것이 꽝 터졌고 그게 이번 기자회견 사태까지 오게 한 터.



43.

이성적으로만 봤을 때 하이브 쪽이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민희진 대표 쪽으로 간다. 이번 기자 회견이 그 트리거가 되었다. 이는 철저하게 의도된 바가 아니라고 본다. 오롯이 민희진 대표가 사람으로서 지닌 캐릭터가 이뤄낸 파장으로 보인다. 민희진 대표 말대로 방시혁 의장이 그녀에게 노고 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건넸다면, 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44.

그나저나 기자 회견 중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의 신분이 아닌데, 질문을 시도하던 분은 누구였을까. 민희진 대표에게 적대적이었던 것 같은데. 무단 난입한 타 그룹 팬이었을까.



45.

과연 현실 세계에서 콩쥐가 이기려나.



46.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뉴진스 팬으로서 바람은 딱 하나다. 민희진 대표가 기획하는 뉴진스를 계속 보고 싶다는 것. 그래서 난 그를 응원한다.



47.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 그들이 앞으로 음악과 퍼포먼스로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또 어떤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올지. 여전히 궁금하다. 더불어 어느 시점에 그들의 결과물이 대중에게 더 이상 큰 감흥을 주지 않을지까지도. 그러니 부디 하이브가 그들을 갈라놓지 않기를 바라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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