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여건 0점, ‘태그모어’로 이직하다
퇴사를 마쳤습니다. 딱 0이 된 느낌이네요. 물론 퇴사 후 후쿠오카 바잉 일정을 바로 잡아 아직은 막 실감 나진 않습니다. 아마 귀국 후 평일 아침을 맞이했는데 부산하게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순간이 오면, 비로소 실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글을 쓰는 시점은 후쿠오카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입니다)
이제 안 하는 건 핑계예요.
누군가 제게 따끔하게 건넨 말입니다. 맞아요. 태그모어는 그동안 저에게 부업 같은 것이어서 일종의 깍두기였습니다. 엄연히 부업의 일환으로 ‘사업’이라 표현해왔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본여행 + 세컨핸드 의류를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더 컸어요. 또 무엇보다 태그모어로 제 생활비를 버는 수준까지는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태그모어가 필히 그래야 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업으로 먹고살아야 합니다. 때론 부모님도 호강시켜 드리고, 동생에게 가끔 용돈도 챙겨주고, 언젠가 여자친구와 결혼도 해야겠죠. 그러려면 태그모어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퇴사했다는 해방감에 절대 속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이전 회사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환경의 회사에 이직한 셈이거든요. 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다 일러주는 정 많은 사수도 없고. 때론 힘들면 토로하거나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동료도 없고. 회식비가 나와 이참에 못 먹어본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볼 수도 없고. 제 월급을 따박따박 챙겨주는 인사팀도 없고. 퇴직금은 당연 없고. 심지어 1년에 제공되는 연차도 0개입니다. 아마 근무시간도 명확히 정하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일해야 하는 환경이 주어지겠죠.
그럼에도 태그모어라는 회사의 장점은 오롯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것. 0부터 끝까지 말이죠.
태그모어가 아마추어 티를 벗고 멋진 세컨핸드 스토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으로 제 시간을 FULL TIME으로 쏟을 예정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오픈 준비도 부지런히 진행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그모어 대표 김성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