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앞두고, 직장인에서 자영업자로 전환하며
이런 글이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시점 저에게 가장 필요한 작업 같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왜냐면 가끔 저는 생각이라는 것은 뇌가 아니라, 펜 끝으로 혹은 (타이핑을 하는) 손 끝으로 한다고 봐요. 마구잡이로 떠오르던 제 잡념들을 붙잡아 정돈된 무엇인가로 만들어주고, 그것을 다시 스스로 내재화하여 어떤 방향성을 갖고 살아갈지에 대한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왜냐면 지금 꽤 무섭습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한 제 정체성은 직장인이었는데, 이렇게 전업으로 자영업을 하려니까요. 느슨해지지 않을지. 그냥 흐지부지 되지 않을지. 업을 유지하며 돈은 벌 수 있을지 등등. 그럴 때마다 재지팩트의 ‘Always Awake’나 그레이의 ‘하기나 해’를 들으며 열심히 제 마음을 채찍질 중입니다. 이 글 또한 그 채찍질의 일부이겠습니다.
작년보다 무려 10kg로나 찐 몸이 되었습니다. 투잡과 긴 출퇴근거리로 인한 스트레스. 뭐, 핑계는 많습니다. 또 일본 바잉 갈 때마다 숙소에서 꼭 맥주 한 캔과 안주를 먹고선 잠들고, 그런 습관이 한국 와서도 몸에 배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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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옷으로 업을 할 사람으로서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체력적인 것도 그렇고, 또 하나는 제가 팔 옷에 대한 핏 때문이랄까요. 사실 최근 살이 찌면서 제가 바잉한 옷들을 잘 안 입어보게 되더라고요. 실측을 재기는 하지만 실제로 입었을 때 연출되는 옷의 실루엣은 저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옷을 잘 설명하기 위해선 반드시 입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다이어트 회사의 캐치프레이즈가 하나 있는데, 요즘 꽤 와닿습니다.
안 입는 옷은 있어도
못 입는 옷은 없도록
제가 늘 제 스스로에게 담아내고 싶은 느낌이 있는데,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힙함’이랄까요. 가령 일본 패션 잡지에서 막 튀어나온 것만 같은 사람. 그래서 길을 가다가 멋지게 수염을 기르거나 비니 하나를 툭 써도 느낌 있는 분들을 마주하면, 옆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말합니다.
오, 내가 지향하는 모습이야.
그러나 저는 좀 반대 이미지입니다. 살면서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교회오빠 같다. 사실 제일 지양하고 싶은 모습인데, 어느덧 그냥 그게 제 모습이라 인정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발악을 해보려고 합니다.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가장 큰 방법 중 하나는 옷도 옷이지만, 헤어스타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장발에 대한 로망이 있어 일전에 도전했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잘라냈었죠. 무엇보다 누군가 스네이프 교수 같다고 해서 바로 잘라냈던 슬픈 기억이 있네요. 미용실 가는 돈도 아낄 겸. 스타일도 바꿔볼 겸. 이번엔 꼭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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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여름이 두렵고 거지존도 매 순간순간 맞이하겠지만. 이건 단순히 제 머리 스타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결심이 아닙니다. 제 스스로 얼마나 인내할 수 있냐는 마음가짐에 관련된 이야기랄까요.
태그모어 온라인 스토어에서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번에 몇 점이나 팔렸지?’에 연연하게 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기뻐서 내뱉는 추임새도 생길 정도예요. 주문 숫자를 확인 후 여자친구에게 자랑하면서 말합니다.
10알!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욕입니다. 왜 말도 안 되는 정말 좋은 일이 있으면 “X발!” 외치는 그런 결인데요. 욕은 나쁜 말이니 귀엽게 10알[십알]로 치환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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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하나하나는 정말 소중합니다. 그래서 주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늘 손 편지를 담아 보냅니다. 그러나 그 주문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니 그럼 장사 망하겠다는 얘기냐고 여쭤보신다면, 물론 그건 아닙니다. 다만 어떤 날은 주문이 많고, 또 어떤 날은 주문이 적겠지만, 그날그날대로 마음의 큰 동요 없이 제가 해야 되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비교. 나락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 동시에 빠지기 쉬운 나락입니다.
타 스토어를 보다 보면, 짙은 색깔로 스토어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공간도 멋지고. 행보도 멋지고. 아 부럽다. 아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인스타그램을 종료하는 순간까지 점철되는 감정, 부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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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태그모어 아이템들이 좀 평범한가 싶기도 하고. 태그모어가 미적지근한 주인을 만나 못 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부러움. 자괴감. 이런 감정들은 물리적으로 무겁습니다. 진짜 무거워요. 큰 돌덩이가 저를 짓누르듯 몸을 못 움직이게 만들더라고요. 필히 덜어내야 합니다. 저만의 속도에 집중하며 말이죠.
퇴사를 준비하며 틈틈이 태그모어 매장 자리를 알아보는 요즘. 어디가 될지 모르는 그 매장에서. 오전 일찍은 온라인 업데이트용 사진을 찍고, 오전 11시쯤 오픈해서 손님맞이할 준비를 하는. 그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부디 위 결심들이 잘 지켜지고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