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모어가 44번째 말아주는 세컨핸드 아이템들
가수 딘(DEAN)을 꽤 좋아했습니다. 특히 타이틀곡 ‘D(Half Moon)'가 실려 있는 ‘130 Mood : TRBL’ 앨범은 버릴 곡 하나 없는 명반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한동안 활동이 매우 뜸했죠. 종종 멜론이나 유튜브에 들어가서 신곡 안 나왔나 검색해 봐도 통 소식이 없었어요. 여타 팬들은 우스갯소리로 배우 원빈의 영화가 먼저 나올지 딘의 신곡이 먼저 나올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만큼 그를 더 소비하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세상이 참 좋아져서 AI기술로 다른 가수의 노래에 그의 목소리를 입혀 마치 커버곡처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이렇게 만들어진 곡들을 유튜브에 올리는 채널들이 최근 속속들이 생겨났습니다. 사실 딘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유독 활동이 뜸했던 딘은 최적의 AI 적용 먹잇감(?)이었던 것이죠.
가수의 목소리가 악기화되는 신기한 현상. ‘악기’란 표현이 과하지 않은 것이 가령 이런 겁니다.
여자친구와 드라이브 중이었습니다. 저는 운전을. 여자친구는 일일 DJ로서 선곡 중이었지요. 뭐 듣고 싶냐는 여자친구 물음에 AI 딘이 부른 ‘SUGAR COAT(원곡 NATTY from KISS OF LIFE)'를 꼽았어요. 그런데 노래가 흐르자, 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아니, 이거 말고 다른 분이 믹싱한 거 있을 텐데
그렇습니다. 다 같은 AI 딘이 아닙니다. 믹싱한 이가 누구냐에 따라 다 다른 버전의 AI 딘 SUGAR COAT가 나오는 것이죠. 실제로 살짝 다릅니다. 비트도 미세하게 다르고 딘 목소리도 좀 달라요. 마치 누가 바이올린을 켜느냐에 따라 음악이 달라지 듯. 누가 에스프레소를 내리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 듯. AI도 취향을 담아내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화가의 붓 같은 것이죠.
제가 운영하는 태그모어도 일종의 제 취향을 표현해 내는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소싱하는 아이템들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것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혹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압니다. 지금부터 제 앞에 놓인 큰 과제는 제 취향에 공감해 주실 분들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일 텐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월요일마다 글을 끄적이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그런 취지로 준비했습니다.
사진 보면 느끼시겠지만 색감 하나 믿고 가져왔습니다. 연청 색감이 봄과 정말 잘 어울리는 데님 셔츠입니다. 여성 사이즈인데 사이즈가 꽤 넉넉하게 나와서 남성 분들도 착용 가능합니다. 대신 꼭 실측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이런 체크 셔츠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렇게 심플한 체크 셔츠가 주는 감도를 잘 활용할 줄 아는 분이 진정으로 옷 잘 입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에카만의 질 좋은 체크 원단을 써서 촉감이 참 좋고, 단추도 스냅 단추(똑딱단추) 형태라 입고 벗을 때 매우 편리합니다.
'아메카지'는 아메리칸 캐주얼(American Casual)의 줄임말입니다. 일본 내에서 유행하는 미국발 패션 스타일을 일컫죠. 그래서인지 일본에는 미국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복각 문화가 깊게 자리 잡혀 있는 것 같아요. 페로우즈도 그런 브랜드들 중 하나입니다. 페로우즈의 데님도 리바이스의 그것 못지않게 질 좋은 청바지라고 생각합니다. 보시다시피 미사용 신품이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뒷 포켓 위에 붙어 있는 페로우즈 로고 패치가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매우 얇은 니트라 환절기인 지금 입기에 아주 좋고, 또 얇은 만큼 머슬핏 내기도 좋습니다(물론 머슬이 장착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채도가 낮으면서 탁한 하늘색 색감이 매우 특이합니다. 사진 조명 때문에 부분 부분 물 빠진 것처럼 나와서 조금 속상하네요. 되게 되게 심심한 카라 니트 같지만, 코스? 마시모두띠? 아르켓? 그 어디서도 이런 색감의 니트는 보지 못했습니다.
네, 그 카파 맞아요. 스포츠 브랜드 '카파'. 일본 카파에서는 이런 캐주얼한 의류도 나오는데요. 개인적으로 코듀로이를 좋아해서 그냥 긴가민가하고 입어봤는데, 핏이 정말 좋은 아이템이었습니다. 착용 시 고급스러운 느낌마저도 듭니다. 이렇듯 브랜드 이미지와 아이템 결이 다른 의외성이 좋았고, 가슴 쪽 있는 카파 자수도 카파스럽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옷은 무난한데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클론을 만날 가능성이 거의 1% 이하이지 않을까요?
브라운 빛 하운드투스체크 패턴이 부담스럽게 크지 않아 좋습니다. 또 어깨선이 없는 래글런에 엄청난 기장감으로 오히려 이렇게 길어버리면 다양한 신체 사이즈에도 다 잘 감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인지 가수 아이유 님이 일상에서 무심하게 이런 코트를 오버핏으로 착용하고 계실 것만 같아요. 왜 하필 아이유 님인지는 묻지 마세요. 저도 모르겠어요.(ChatTAGMORE 오류..)
포터 에이블 라인의 미니 지갑입니다. 보르도(세계적 와인 생산지) 색상이라고 표현하던데, 와인빛이 도는 갈색 지갑입니다. 소가죽이고요. 상태도 거의 새 상품급으로 깔끔합니다. 그러나 제가 글을 쓰는 시점엔 이미 판매완료되었네요. 구매 감사드립니다.
저는 셋업에 대한 로망이 매우 큰 사람인데, 항상 슈트를 선택하면 망했어요. 성공해 본 적이 없죠. 그런데 그런 제가 드디어 정착할 셋업을 찾았죠. 바로 프릭스스토어에서. 지금도 검은색을 개인적으로 한벌 소장하고 있고, 태그모어에서 일전에 한차례 판매했었어요. 이번엔 검은색보다는 좀 더 경쾌한 브라운으로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라 니트(베이지나 아이보리)를 이너로 매칭하면 정말 이뻐요. 특히 이 재킷 라펠이 니트의 카라를 살포시 눌러주면서 넥라인 쪽이 단정해지는데, 이게 옷 자체는 캐주얼하지만 은은하게 포멀한 맛을 나게 합니다.
이상 ChatTAGMORE를 종료합니다. 언제든지 제 취향에 궁금한 점 있으시면 문의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