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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그모어 May 17. 2024

HAEBANGCHON

태그모어는 왜 해방촌을 고집하는가

내부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스토어 분위기가 크게 결정되겠지만, 그것을 차치하고도 또 하나의 주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위치'일 것입니다. 어디에 있느냐.


출퇴근 거리가 있을 텐데,
그럼에도 용산구 쪽으로 하려는 이유가 뭐니?


후암동 오르소(ORSO) 카페 바깥 자리에 앉아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부모님과 대화하던 중 받았던 질문입니다. 그때 제가 표현했던 장황한 이야기들을 딱 두 단어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느. 낌.


성수에 있는 태그모어. 도산에 있는 태그모어. 홍대에 있는 태그모어. 연남에 있는 태그모어.


물론 저곳들이 워낙 핫해서 높디높은 임대료도 제게 큰 벽이겠지만. 뭐랄까요. 태그모어와 잘 붙지 않는 느낌입니다.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용산구는 달랐어요. 제가 태그모어를 통해 지향하는 느낌과 딱 맞닿아 있어요. 특히 해방촌에 갔을 때 '와 여기에 태그모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건 진짜 합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단순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이유를 한번 이 글을 통해 늘어뜨려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왜냐면 제 스스로 단단하게 하고 싶어서요. 태그모어 오프라인 스토어를 해방촌에 두려는 이유를요.





남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남산과 연이 꽤 깊더라고요. 졸업한 학교도 남산 근처였고, 최근에 그만둔 전 직장도, 또 전전직장도 남산 근처였습니다. 그래서 남산타워를 두 눈으로 담을 수 있는 일상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해방촌오거리. 용산02 마을버스가 토토로에서 나온 네코버스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생각해 보면 그런 감흥을 갖고선 남산타워를 바라본 적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이번에 매장 자리를 알아보러 돌아다니면서, 남산타워를 더 많이 눈에 담은 것 같아요.


더백푸드트럭에서 남산 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서울 경치가 한눈에 내다보인다. 내 귀엔 검정치마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저는 이 동네가 참 좋더라고요.”라는 제 말에 한 부동산 중개인 분이 말씀하셨어요. “남산이 주는 기운이 잘 맞으면 대성한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의 중심점이잖아요. 일부러 이쪽으로 자리 잡으시려는 분들도 꽤 많아요.”





글쟁이


자영업 하는 이유? 결국 돈이죠. 태그모어로 먹고 살 수 없으면 저는 접고 당장 취직을 해야 할 겁니다. 철저하게 영업적 마인드가 탑재되어야 합니다.


해방촌에 있는 _IN PROGRESS 서점. 아쉽게도 마감 중이셨다.


그럼에도 영업적인 마인드를 떠나, 태그모어를 통해 이루고 싶은 바가 있어요. 바로 ‘글’입니다. 저는 20대부터 글쟁이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생 시절엔 대외활동으로 기자단도 두루두루 했었고, 에디터라는 직무가 고파 열심히 잡지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었죠.


 _IN PROGRESS 서점


비록 그 길 쪽으로 물길이 열리진 않았지만, 제 스스로 만든 태그모어라는 채널을 통해 시도해보고 싶어요. 해방촌 의류지기이자 글지기로 거듭나는 것이죠.


꿈은 크게 가지라고 제 글을 통해 용산2가동 명예 홍보대사가 되는 그날을 조심스레 꿈꿔봅니다.





후암동과 이태원 사이


사실 후암동을 매우 좋아합니다. 물론 전 직장 뒤편이 후암시장이었던 점도 주요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바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BDNS)'입니다. 빠더너스 초창기 사무실이 다름 아닌 후암동이었어요. 지금이야 워낙 메인스트림 반열이라 유명 연예인 분들과도 다양한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초반엔 정말 젊은 청춘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작디작은 콘텐츠 제작 회사를 이끌어 가는 감성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선택지를 가지 않은 저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었죠.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BDNS)'


여전히 빠더너스를 응원하지만, 후암동에 사무실이자 카페가 있었던 시절의 빠더너스가 저에겐 가장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그런 후암동은 유동인구가 너무 적었어요. 물론 직장인들 덕에 점심시간에 반짝 붐비지만, 정말 말 그대로 반짝이었죠. 그렇다고 이태원은 제가 감당하기엔 과한 붐빔이더라고요. 또 특히나 그 붐빔이 밤에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사이인 해방촌이라는 공간이 딱 저에게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적당히 붐비는 느낌. 왜 중용(中庸)이 가장 어려운 것이잖아요. 저는 우연히 찾아오시는 로드 손님도 좋지만 태그모어를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자주 가고픈 이웃가게들



달빛 흘러간 자리​​

특이하게 무인이 아닌데 24시간 카페였어요. 귀여운 강아지들이 손님들을 맞이해 주는 곳이라 평소 애견인이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https://naver.me/FqirE0El



끼(KKI)​

칵테일을 파는 바인데요. 곳곳에 토끼 심볼이 있는 것으로 보아 토끼의 끼에서 끼를 따온 듯합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알 수 있었습니다. 아, 사장님이 ‘끼’가 많아서 끼구나. 옛날 드라마 ‘로망스’ 속 김재원 배우 버금가는 눈웃음입니다.

https://naver.me/x58tZeAO



찰리스 그로서리(Charlie's Grocery)

해방촌 대표 식료품 가게입니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다양한 해외 식료품이 있어 재미난 구경거리를 제공합니다. 커피와 음료도 팔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정말 친절합니다. 제가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건네시며, 아이스크림 처음 개시한 날이라고 수줍게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https://naver.me/GKxEtinj



노이 이탈리안 하우스(Noi Italian House)

거의(?)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곳 같아요. 내부가 협소해서 더 그런 듯합니다. 음식이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감베로니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생면 파스타를 그리 자주 먹어보지 않았는데, 왜 생면 파스타가 맛있는 것인지를 일깨워준 이태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해방촌의 감성과 매우 잘 어우러지는 식당입니다.

https://naver.me/GgP4RSQ9



포뮬라(FORMULA)

시각적으로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카페입니다. 아마 해방촌 거닐다가 꼭 한 번은 시선을 잡을 겁니다. 원두도 굉장히 다양해서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맘에 드실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고 깍듯하셔서 멋졌습니다.(뭔가 안 그래 보이셔서 더욱더)

https://naver.me/53UZEYm7





경쟁업체? 동종업!


자, 이제는 태그모어와 유사 동종업을 하시는 해방촌 스토어들입니다. 저의 에너미..는 농담이고. 부디 같이 해방촌을 더욱 멋진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좋은 경쟁이 되기를.



소버(SOBER)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스토어입니다. 스토어 분위기도 그렇고 취급하는 아이템들도 세컨핸드와 빈티지가 섞여있는 느낌입니다. 여기 사장님 외적인 모습도 제가 그토록 바라는 이상향에 가깝습니다. 장발에 수염. 일부 아이템들은 직접 다잉이나 가공을 해서도 파시는 듯해요. 참으로 멋진 곳입니다.

https://naver.me/5pHJ2QXn



헌티드 빈티지(HUNTED VINTAGE)

아주 농도가 진한 빈티지 아이템들이 많은 곳입니다. 평소 아메카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일 겁니다. 외관으로는 1층만 보이지만 지하 1층도 있어 정말 다양한 아이템들이 쌓여 있더라고요. 사장님의 밝은 인상이 매력적입니다.

https://naver.me/IGKCpQrZ



fwd(fade washed distressed) 남산

저에게 있어 가장 신비로운 곳입니다. 영업은 딱 토요일에만 합니다. 토요일 13:00~20:00까지. 다른 업을 하시거나 아니면 정말 마니아층이 두터워 잘 되시거나 둘 중에 하나겠죠. 아직 저도 문 연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토요일에 가게 되면 꼭 한번 들려 어떤 사장님이 계신지 한번 뵙고 싶네요.

https://naver.me/G2xGP18U


 



이상으로 태그모어가 해방촌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이 글은 그 누구보다 제 자신을 위한 글입니다. 혹 때때로 제가 해방촌에 터를 잡은 것이 후회가 될 때마다, 이 글을 들여다보며 힘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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