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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Sep 15. 2024

종이 인형 놀이

5살

어려서 나는 종이인형놀이를 좋아했다. 그 시절은 장난감이 많던 시절이 아니었다. 문방구에 가면 색색의 종이인형이 여러 가지 옷들의 디자인으로 인쇄되어 팔았다.


여자사람 한 명과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 여러 개 그려져 있다. 종이 여백에는 꾸밀 수 있는 신발, 머리띠 같은 것들이 그려져 있다. A3정도 크기의 종이에 이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모양대로 오려서 노는 것이다. 옷의 어깨 부근에 접어서 입힐 수 있게 깃이 그려져 있다. 이 깃을 접어서 여자아이 그림에 입히면 되는 것이다.


나는 상자에 이것들을 모아놓고 친구가 놀러 오면 연극을 하고 동화나라 공주도 되고 마녀도 되면서 놀았다.


매일 놀러 오던 친구는 나와 다른 색다른 종이 인형을 가져오니 그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 내가 가장 탐내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한복'종이인형이다.


그 종이인형은 다른 것과 다르게 옷이 다 화려한 한복이다. 여자도 한국적으로 디자인이 돼있어 희귀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부러웠다.


보통 종이인형은 외국여자 얼굴이 대부분이었는데 친구의 것은 달랐다. 심지어 여자인형 얼굴은 예뻤다. 늘 그 인형을 주인공으로 놀게 되었다.


참 나도 저 인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여자 한복 인형을 우리 집에 놓고 갔다. 나는 그 인형을 집어 들고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다른 것이었으면 그 친구에게 줬을 텐데 내가 평소에 탐내던 것이다.


나는 그 인형을 내 인형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다락에 넣어놨다. 한참이 지나도 그 친구는 인형놀이를 하러 오지 않았다.


다락에 있는 인형을 꺼내서 혼자서라도 놀 만도 한데 넣어만 놓고 이상하게 놀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마음에 찔림이 있었나 보다. 그랬으면 친구에게 돌려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친구가 찾으러 올 때를 대비해서 핑계를 만들어 놀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종이 인형의 목 뒤를 살짝 찢었다. 그리고는 상자에 넣어 다시 다락에 넣어놨다.


며칠 후 그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 나는 가슴이 떨렸다. 그 친구는 한복인형을 찾으러 왔다고 분명히 우리 집에서 잃어버렸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나는 절대 우리 집에 없다고 이 집에는 없다고 우기고 또 우겼다. 우리는 싸움으로 번졌다. 그 친구는 내 종이상자를 한번 열어보자고 했다. 나는 당당하게 다락에 올라가 내 종이상자를 가지고 내려왔다.


나는 종이상자를 열었다.


친구는 이내 자신의 한복인형을 찾아냈다. 그리곤 여기 있지 않냐고 더욱 큰소리를 냈다. 나는 더 크게 기세등등하게 한복인형의 목뒤를 보여주며


"여봐라. 내것은 뒤가 찢어졌다."우기고 또 우겼다.


친구는 나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행동에 질려서 포기하고 가버렸다.


그리고 그 친구는 다시는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았다.


목이 찢어진 한복인형은 더 이상 옷을 입히기 힘들 정도로 견고성이 떨어졌으므로 매력이 떨어졌다.

그러니 가지고 놀지도 못했다.


친구한테 미안한데 너무 용의주도하게 우긴 게 있으니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사과도 못했다.


박스에 득 담긴 종이인형들로 이제는 더 이상 놀 친구가  없었다.


나 어렸을때 좀 맹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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