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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Aug 20. 2019

석 장의 비틀스 컨필레이션 앨범

[도서] 켄 로런스의 『존 레논의 말』

  고등학교 때, 나에게 특별했던 국어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이름도 자주 불러주고 엉뚱한 소리를 해도 곧잘 받아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짓궂은 장난에 선생님께서 좀 피곤하셨겠다 싶을 정도다. 젊은 남자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한창 사춘기인 나에게는 제일 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누가 불쑥 한쪽 이어폰을 뺐다. “오~좋다! 누구 노래야?” 국어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한쪽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을 물었다. “에이브릴 라빈의 《Sk8er boi》요” 나는 선생님이 설마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시겠나 싶었다. “좋다” 그렇게 몇 초쯤 더 들으시던 선생님은 다시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학년이 끝날 때쯤, 국어 선생님이 다른 지역의 학교로 전근을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교 다니면서 선생님이 전근을 가시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날 이뻐해 주시던 국어 선생님이 전근을 가신다니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선생님께 뭔가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저녁 시간,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미리 받아 놓은 외출증으로 학교를 나와 음반 가게로 갔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선생님이 좋다고 하셨던 에이브릴 라빈의 《Sk8er boi》가 수록되어있는  앨범을 샀다. 나는 에이브릴 라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내 손으로 그녀의 앨범을 사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선생님이 음악을 들은 날도 그저 친구의 MP3에 그 노래가 들어 있어서 들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비록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일전에 선생님이 좋다고 하셨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국어 선생님의 옆자리가 바로 담임 선생님의 자리였다. 내가 국어 선생님께 음반을 드리는 것을 담임 선생님이 보거나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혹시 서운하시진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그해 나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학교에서 몇 번 사고를 쳤고 담임 선생님은 그때마다 애써 뒤치다꺼리를 해주셨다. 나는 담임 선생님께 드릴 음반도 한 장 사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담임 선생님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영어 선생님이시니까 팝송’ ‘누구나 좋아하는 팝송 하면 비틀스!’ 나는 비틀스의 앨범 중 내가 아는 대부분 명곡이 들어있는 컴필레이션 음반 <1>을 골랐다. 비록 내가 비틀스를 잘 몰랐지만, 그 앨범에는 그나마 아는 곡들이 대부분 수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날 저녁에 학교로 돌아오자마자 사 온 음반을 드리기 위해 교무실로 갔다. 먼저 국어 선생님께 에이브릴 라빈의 음반을 드렸다. “전근 가신다고…일 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나는 막상 국어 선생님 앞에 서자 좀 쑥스러워서 다른 때와는 다르게 별말을 하지 못했다. “어휴, 고마워! 잘 들을게” 조금 당황하신 선생님은 옆자리에 계신 나의 담임 선생님을 보셨다. 담임 선생님도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고 계셨다. “이건 선생님 거요” 나는 담임 선생님에게 비틀스 음반을 드렸다. “나도 주는 거야? 이야, 고마워 잘 들을게” 나는 곧장 두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공교롭게도 나도 비틀스의 <1>을 석 장이나 선물 받았다.


  나는 켄 로런스의 『존 레논의 말』을 보면서 그때의 담임 선생님이, 선생님께 드리려고 비틀스 음반을 골랐을 때가 떠올랐다. 책에 나온 존 레논과 그와 연관된 사람들의 말을 보면서(대부분 처음 보는 말이나 인터뷰다) ‘존 레논은 참 한결 같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며 존 레논의 음악을 들었다. 마음에 드는 음악 몇 곡도 기억해두었다.

  책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인터뷰도 하나가 있었다.

  “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결국 당신이 받은 사랑은 당신이 베푼 사랑과 같아요.” 2002년 6월 6일자 《더 프레스》에서(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폴 매카트니가 쓴 가사 가운데 존 레논이 최고로 뽑은 대목이다.

  나도 존 레논처럼 비틀스의 《Abbey Road》에 수록된 의 가사가 참 좋았다. 근데 공교롭게도 존 레논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폴 매카트니의 가사라니…. 나도 참 비틀스에 대해 모르긴 모르나 보다 싶었다.

  근데 책의 원작은 못 봐서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이 책은 연두색과 분홍색으로 글씨가 인쇄되어있어서 읽는 내내 정말 곤욕스러웠다. 책의 글자는 검은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보려고 예술적인 발상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는 데에는 미색 종이에 인쇄된 검지 않은 글씨가 불편했다. 그나마 책에 읽을 글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뭐 책의 표지는 마음에 들었.




존 레논의 말 / 켄 로런스 지음 / 이승열 옮김 / 아르테(arte) / 2019


켄 로런스의 『존 레논의 말』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우리는 왜 존 레논이 세상을 떠난 지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마치 존 레논의 일대기를 펼쳐나가듯,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가 남겼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감 없이 소개하며 이제는 하나의 시대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존 레논이라는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매 페이지마다 새겨진 존 레논의 말들은 한 인물이 세상을 떠난 후 세기가 변하고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사람들이 여전히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에이브릴 라빈의 <Let Go> (2002)


에이브릴 라빈의 <Let Go> (2002) 출처 : www.amazon.com


"네가 원하는 대로 해보지 않으련", BMG의 신인 A&R 담당자가 당찬 이 소녀에게 건넨 말이다. 그로부터 8개월 뒤 17세의 소녀 락커 에이브릴 라빈은 우리에게 "LET GO"라는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갖고 나타나, 2002년을 가장 멋지게 빛낸 신인 아티스트로 부상했다.

에이브릴 라빈은 1984년 9월 27일생.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름이 시사하듯 그녀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다. 12살 때 에이브릴은 아버지의 기타를 빌려 레니 크라비츠의 `Fly Away`를 반복 연습하면서 스스로 마스터해나갔다. 그 덕에 10대 초반에 이미 작곡과 기타 연주를 할 수 있었던 에이브릴은 캐나다 레이블 [Nettwerk]의 도움으로 뉴욕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침내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로 잘 알려진 [아리스타(Arista)]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한다. 에이브릴 라빈은 뉴욕을 경유하여 LA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인 클리프 매그니스(Clif Magness)를 만나 멜로디 좋고 듣기 편한 팝/록 넘버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프닝 곡 `Losing Grip`에서 `Complicated`, `Sk8er Boi`로 이어지는 세 곡은 에이브릴의 모든 특성이 가장 훌륭히 집약되어 있는 트랙들이다. 싱글 히트곡 `Complicated`는 포크 팝 분위기를 풍기는 소박한 연주가 상큼한 보컬, 멜로디, 코러스와 만나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 매력을 발산한다. 좀더 질주하는 느낌이 배가된 팝 펑크 넘버 `Sk8ter Boi`도 빼놓을 수 없는 베스트 트랙. 한편 헤비한 사운드로 일관하는 `Unwanted` 같은 곡은 무척 어둡다. 이밖에 어쿠스틱한 느낌이 살아있는 `I`m With You`, `Tomorrow`, 희망에 대한 발라드 `Too Much To Ask`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비틀스의 <1> (2000)


비틀스의 <1> 출처 : www.amazon.com


팝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그룹 `Beatles`. 그들의 No.1 히트곡 27곡을 한장의 앨범에 담아놓은 환상의 앨범 `1`... sonic solution NoNoise 시스템을 사용하여 24비트로 디지털 리마스터링 된 보다 깨끗한 사운드로 즐길 수 있는 앨범으로 영원한 애창곡 `YESTERDAY`, `LET IT BE`, `HEY JUDE` 등 수록.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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