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삶의 안정기'에만!
모든 동물은 움직임 욕구가 있습니다. 천성에 맞게 마음껏 자연에서 서식, 재생산하는 게 행복한 일이겠죠. 물론 개와 말, 소처럼 오랜 시간 인간이 길들이고 인간과 공존해 온 종도 있습니다. 개는 그 위상이 다르지만, 대부분 이런 동물은 인간의 도구로 기능하죠.
아름다운 유럽 도시에서 말이 끄는 마차를 본 적 있나요? 나는 마차 안 관광객이 아니라, 힘겹게 일하는 말들에게 감정 이입합니다. 유럽 구시가의 돌바닥이나 일반 아스팔트는 말발굽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마차를 끄는 말들은 성수기에는 최장 12시간 노동한다고 합니다. 오래전 귀족에게 허용됐던 마차 타고 거니는 호사를 관광객들이 맛보기 위해서죠. 말은 싫을 거예요. 시지프처럼 반복된 그 형벌이.
독일이건 한국이건 집집이 개를 많이 키우죠. 독일은 특히 거리에 개똥이 많아서 조심해얍니다. 개 주인은 세금도 내고 개 (훈련) 학교도 보내고 적당한 개 시터를 못 찾으면 휴가철에 개 호텔에도 보내겠죠.
개는 가족이지만 집 지키는 중요 임무도 수행합니다.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개 조심 팻말이 자주 보여요. 무해한 행인과 잠재적 도둑에게 경고하죠. 개는 여전히 도구로 기능합니다.
개를 키우면 사람 건강에 좋고, 정서적으로는 더 좋다고 합니다. 하루 3번 개 산책하며 사람 건강도 챙기는 거죠. 가족 구성원인 충견은 인간에게 위안과 사랑을 줍니다. 길거리 개똥만 제대로 치운다면야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겠죠. 마당 있는 집에서, 아니면 매우 큰 집에서 개들에게 뛰어놀 공간을 제공한다면 말입니다.
우아한 자태, 빛나는 눈동자와 촉촉한 작은 코, 대체로 조용한 천성. 고양이만큼은 나도 독보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느낍니다. 집사가 간택 받는다는 그 반려묘 문화에 우리 집 꼬맹이도 사로잡혀, 아직도 잊을만하면 한 마리 입양하자고 조르곤 합니다. 나는 늘 단호하게 철퇴를 놓습니다.
"너는 여행 안 다닐 거야? 한국 안 갈 거야? 가족을 혼자 두고, 아니면 낯선 사람에게 떵 맡겨두고 너 혼자 놀러 다니려고? 절대 안 돼!!"
그럼 또 한참 잠잠해집니다. 반려묘를 입양한다는 건 둘째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으니까요(아이에겐 그렇게 원하던 동생이 생기는 빅 이벤트!).
우리 집은 둘째를 들이기엔 시기도, 조건도 좋지 않습니다.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나와 남편은 마당 관리, 집안일에도 힘에 부칩니다. 기초 체력을 위해 달리기하고 근력 운동하고, 돈까지 벌라치면 애 하나 더 들일 자신이 없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방학마다 고양이를 맡기러 수소문할 엄두가 안 난다는 거죠.
집을 자주 비우는 나는 평생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을 생각이지만, 딸은 성인이 되면 고양이를 입양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말리고 싶어요. 10대 후반, 20대 초반은 모험과 이벤트와 이동이 잦은 시기입니다. 먼 도시로 공부하러 떠날 수도 있고, 멀리 인턴이나 연수를 떠날 수도 있고, 한국, 독일, 동유럽 피가 섞인 딸은 지인과 친척을 만나러 늘 국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도 전두엽은 발달 중입니다. 아직 뇌가 자라고 있는 사람이 다른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진다는 건 대단한 인생 결심입니다. 나는 정말이지 말리고 싶습니다. 아이 키우기와 다를 바 없는 고양이 입양은 제발 "네가 인생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때 가서 하라"고요.
너무 보수적인가요? 예, 나는 딸이 진로 선택할 때 고양이가 큰 고려 사항이 되는 게 마땅치 않아요. 너무 독선적인가요?
딸이 혼자 오지 탐험도 가보고, 먼 나라에서 봉사 활동도 하고, 이국땅에서 고생도 해보길 바랍니다. 동생(반려묘)을 책임져야 하는데, 멀리까지 온갖 절차를 밟으며 고생스레 이주한다는 건 사람과 동물에게 스트레스죠. 집을 못 구한다든지, 생명체를 낯선 장소, 갇힌 공간에 장시간 홀로 둬야 하는 불필요한 학대가 생길 수도 있죠.
한 곳에 정착하겠다는 결심이 서는 시기죠. 자신의 생계를 책임질 경제력도 있어야 하고, 더는 떠돌아다니지 않겠다는 결심이 서야겠죠. 나는 그게 결혼, 출산 후 평생 살 집을 장만한 만 42세였네요. 더는 다른 장소, 다른 제안이 매력적이지 않을 때, 더는 바닷가 마을 싼 집 한 채에 이끌리지 않을 때, 더는 세상을 더 보고 싶단 욕망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지 않는 시기 말입니다.
오래전부터 채식 지향 생활을 해온 나는 동물 개체 하나하나가 태생적 권리를 오롯이 누리며 살기를 바랍니다. 마음껏 활보하고, 새나 쥐의 내장을 남겨와 장난쳐도 야단맞지 않고, 중성화 수술 당하지 않고, 인간이 눈살 찌푸릴 본능적 행동을 자유롭게 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커버 이미지: Amber Kipp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