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시 약이 필요하세요?

[우울증 환자 생존기] 삼진디아제팜2mg

by 마담 J

필요시 약을 먹는다. 약 봉투에 아침식사 직후, 점심식사 직후, 취침전, 그리고 필요시 약이 있다. 약 이름은 삼진디아제팜2mg. 약의 효능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신경증에서의 불안·긴장

2. 정신신체장애(소화기 질환, 순환기 질환, 자율신경실조증, 갱년기장애)에서의 불안· 긴장·우울

3. 마취전 투약

4. 알코올 금단증상

5. 골격근경련 또는 결신발작(소발작) 간질의 치료 보조제

[네이버 지식백과] 삼진디아제팜정2mg [Diazepam Tab. 2mg Samjin] (의약품 사전)


1일 5정까지 가능하다. 나는 4회가 최대였던 것 같다. 불안할 때, 갑자기 화가 치솟을 때, 갑자기 짜증이 치솟을 때 위주로 먹는다. 자해를 하고 싶다거나 갑자기 기분이 요동칠 때 먹는다. 불안할 때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극단의 행동을 했다면 필요시 약을 먹는다.


아침에 출근 길에 주로 하나 먹는다. 운전을 하는데(출퇴근, 출장 때만 하는 편이다. 운전할 때 공황이 와서 힘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한다. 출퇴근이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서 가능하다.) 신호등을 기다리는게 힘들다거나 마음이 요동치려고 할 때 먹는다. 신호등을 기다리기 어렵다는 건 조급증이 나고, 좁은 공간에 있는게 힘들다는 뜻이다. 지난 추석에 편도 3시간 걸려서 성묘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차 안에 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운 거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조바심이 나고 뭘 안 하거나 안 먹으면 참을 수 없고, ADHD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조증삽화 시기였다) 6시간 동안 차 안에 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필요시 약을 먹었다면 좀 괜찮았을 수 있겠다 싶어서 돌아온 후 먹었더니 사람이 까부러지면서 긴장이 풀렸다. 그 이후로는 운전시 약간의 기미만 보이면 필요시 약을 먹고 있다.


회사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뭘 계속 먹는다거나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할 때도 먹는다. 불안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공황증이 올 때만 먹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 쉬기 어려울 때만 먹었는데 의사가 뭔가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신체적인 이상증상이 조금만 감지 되어도 필요시 약을 먹는다.


병가를 내고 집에 있을 때는 확실히 먹는 양이 줄어든다. 어제는 집에서 참여자 인원 체크를 하다가 두번씩 참여신청을 한 사람을 보자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인원수에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그 사람 때문에 부풀었던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모든 프로그램에 두번 신청한 거다. 그래서 욕이 나오고 소리를 막 질렀다. 사랑이가 무척 놀라서 막 짖었다. 필요시 약을 먹었다. 약간의 진정을 하고 남편의 저녁을 준비했다.


필요시 약은 나의 모든 가방과 손이 닿는 곳마다 흩어져있다. 물이 없이도 먹는다. 뭐가 잘못되어서 그런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당장 지금의 내가 이상행동을 하지 않게 도와주는 물질이 필요할 뿐이다. 약이 진짜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약을 먹었으니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중요치 않다. 내 행동과 마음에 변화를 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자해를 하려고 할 때도 먹는다. 자해출동이 일어나거나 죽고 싶어질 때도 먹는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밖에 나가서 잠깐 걷고 오는 거라고 하지만, 당장 그럴 수가 없을 때 먹는다. 단거를 먹는 것도 일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공황증세가 있을 때만 먹는 약이라고 생각해서 먹는 빈도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늘었다. 이상행동을 한 이후에 먹는 경우가 잦다. 처음 겪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먹고 졸린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다. 다만, 조증삽화가 한창일 때 먹으면 까부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조증삽화가 아닌 경우에는 그런 건 없어졌다.


약은 어쨌든 모두 사이드 이펙트가 있고, 어떤 점에서는 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많은 것들, 액상과당이라던가 하는 것들도 사실은 독에 가깝기 때문에 그냥 약을 먹는다. 3년전,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 첫 투약 결정시에도 많이 망설였었다. 한번 먹으면 기약이 없기 때문에 내가 약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열심히 약을 먹고, 필요시 약도 잘 먹는다. 나는 남편과 사랑이와 잘 살아야하기 때문에.


퇴근해서 남편이 사랑이 눈이 촉촉하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사랑이에게 물었다. 사랑이가 나 때문에 두번이나 놀랐기 때문이다. 막 펑펑 울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아침에는 막 가슴을 치고 하니까 세번이나 놀란 거네. 사랑이에게 미안하다.


약을 더 잘 챙겨먹어야겠다.


정말 투병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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