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엉엉 울었다
사랑이를 씻기다가 엉엉 울었다.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데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진다. 오늘 갑상선 호르몬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결국 정신적인 문제라는 건가. 내심 피지컬리 문제가 있기를 바랬나보다. 정신이 더 무너지고 혼란스럽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회사가 문제인 것 같아서 회사를 안 나가고 있고, 몸이 문제인 것 같아서 검사를 했는데 문제가 없고, 내 정신이 온전히 문제란 말인가. 내 정신이 어때서.
어제 밤에는 내내 꿈을 꿨다. 낮잠을 자면서도 계속 꿈을 꿨는데 나의 좌절과 불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꿈 같았다. 자신감에 차 있는 듯 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목표가 없어서 방황하는 듯한 꿈. 그리고 그 끝에 엄마가 있다. 엄마 닯아서 내가 이런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아침에도 기분이 계속 안 좋았다. 오늘 엄마는 90대 사촌 언니와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에 누구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 80대 노인이 그렇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다. 이런 나와 사는 남편이 과연 행복할까 종일 그 생각이다. 나라면 힘들 것 같다. 우리는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가슴을 막 쳤다. 사랑이가 짖는다. 왜 그러냐는 듯이. 사랑이를 씻기다 막 주저앉아서 대성통곡을 하니 사랑이가 또 짖는다. 사랑이에게 묻는다. '사랑아 너는 엄마랑 살아서 행복하니?' 사랑이는 푸들이다. 사람과 공감을 가장 많이 하는 종류의 개라고 한다. 남편도 모자라 사랑이까지 우울증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내가 사랑이를 돌보는 건지, 사랑이가 나를 돌보는 건지 요즘은 헷갈린다. 낮에 자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나가자고 조른다. 그나마 사랑이가 나가자고 하니까 움직여서 바깥 바람이라도 쐬는 거다. 산책 시작하고 얼마 안 되서 집에 들어가고 싶지만, 사랑이가 나를 끌고 다녀서 그나마 한 시간이라도 걷다가 들어온다. 죽고 싶거나 자해를 하고 싶으면 바깥 바람을 잠깐이라도 쐬라고 의사가 말했는데 사랑이 덕분에 그나마 생각의 끈을 끊을 수 있다. 물론 산책 하면서도 이러다가 죽겠다 싶지만 그래도 사랑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거에 신경쓰다보면 생각을 계속 할 수 없어서 또 살아진다.
미쳐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미쳐가고 있는 중이 아니라고 했지만, 미쳐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몸의 문제도 아니고, 토할 때까지 먹거나, 먹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먹고, 생각과 몸이 다르게 움직이고 죽고 싶다가도 환자처럼 먹고 자고. 병가를 냈지만 중간중간 일을 멀쩡하게 하면서도 미션 클리어하면 또 비정상이 되고.
입안에 뭐가 난지 한달이 넘었는데 없어지지를 않는다. 치과에 가봐야겠다. 담배를 끊어야되지 않을까 하면서도 담배마저 피지 않으면 순간순간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몰라서 또 담배에 손을 댄다. 얼음도 하루에 1리터는 먹는 것 같다. 다른 간식을 먹으면 배가 부르니까 얼음을 먹는데 얼마나 먹는지 몸의 체온이 떨어질 정도로 먹는다. 어떤 날은 손톱과 발톱이 파랗게 될 정도로 먹는다. 뭐든 정도가 없다.
혼자 있는 순간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대학 때 친구가 그랬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꼭 결혼을 하라고. 그런가. 사람들과 있으면 잘 지내는 것인지 잘 지내는 척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혼자 있을 때와는 너무 다른 나니까. 심리상담가의 분석에 따르면 내가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과 만나고 나면 컨디션이 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혼자 있지 말라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라고. 24시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어제처럼 신랑이 집에 와도 피곤한 날에는 같이 있어도 외로운 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그것이 또 쉽지를 않고. 너무 의존적으로 사는 걸까. 그렇게 한 없이 떨어지는 것 같다가도 한 없이 날아가는 끈 떨어진 연처럼 세상을 뜨고 싶기도 하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카톨릭에서는 전생과 환생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이다.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어떻게 이 생을 살고 있는데, 또 산다는 말인가.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미친 사람으로 사는게 뭐가 어떤가 싶으면서도, 막상 미쳐가는 나를 견디며 사는게 쉽지가 않다. 숨 쉬고 살다가, 갑자기 죽을 사람처럼 쳐 울다가, 갑자기 또 뚝 그치고. 이번 상담에서 혼자 있는 일주일을 버티기 위해서, 먹는 것을 조절하는 의미에서 키토 빵과 과자 만들기를 해보라는 미션을 받았다. 문 밖에 주문한 것들이 와 있는데 들이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하려는 나와 해야 한다는 내가 미친듯이 싸우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나 둘이 싸우는데 내가 죽어나갈 판이다. 정신분열이 올 것 같다.
오늘은 교리공부 가는 날이다. 가면 언니를 만날 수 있다. 그나마 위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불과 이틀 전만해도 성당 미사에서 그렇게 울면서 감동하더니 그 후 이틀동안 죽겠다고 난리치는 나를 붙잡고 있는 내가 다시 성당에 간다. 상담사가 내가 성당에 다녀오면 기분이 좀 좋아지는 것 같다며 매일 미사를 보러 가는 것을 권했더랬다. 살려면 해야할 것이 많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도 모른채 살려고 발버둥치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법륜 스님이 다람쥐가 삶의 의미를 찾아서 도토리를 그렇게 모으겠냐고. 그냥 사는 거라고 하셨다. 사람도 똑같다.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살겠다고 하는 게 우습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본 사주처럼 정말 내가 칼자루를 쥐고 내 맘대로 하면서 살 수 있도록 권력을 가지면 좋아질까. 그 역술가 말대로 사람들이 병이라고 하니까 조울증이라는 병인거지, 그냥 나 살 수 있는대로 살 수 있다면 좋아질까. 무너지고 일어나고 무너지고 일어나고의 연속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하는 이 상태를 오롯이 보고있는 것도 할 짓이 못된다. 7월 1일부터 관찰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니까 4개월이 넘었는데 이제 또 일기를 쓰기 싫어진다. 이렇게 24시간 관찰하고 있는 것도 지친다. 약 먹는 것도 지치고.
작은 언니가 좀 전에 그룹엑서사이즈 같은 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익명성에 붙어서 그냥 대충 기술을 요하지도 않고 몸을 움직이고 오는 그런 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일주일에 한번 하는 선생님이 오는 운동은 숙제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울증이 오면 몸을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숙제도 거의 하지 않는다. 뭔가 강제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은데, 나에게 쓰는 돈은 이제 그만 쓰고 싶다. 친구는 15년 근무하니 본부장이 되어 있는데 나는 아직도 사회 초년생보다 못한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도 허탈하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자아가 나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자아가 또 중력처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정신과 의사가 내가 이렇게까지 수면제를 먹는대로 계속해서 꿈이 안 잡히는 건 생각이 너무 많아서라고 했다. 생각을 좀 그만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유투브를 보면 명상을 하면 좀 좋아진다고 하는데 명상의장에 다녀오면 좀 풀리려나. 살려고 안 하는게 없네, 진짜.
미쳐가는 중이지만, 살고 있다. 살고 있다는 것에도 이제 그만 의미를 두고 싶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