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여보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여보는 늘 나를 돌봐주고 있지. 내 기분변화, 컨디션변화를 나보다 먼저 아는 것 같기도 해. 여보에게는 뭐를 숨길 수가 없어. 그런데 오늘 출근하는 여보가 기운이 없어보이더라. 요즘 회사가 바빠서 힘든 가운데에서도 나를 위해서 성당에도 매주 같이 가주고, 2주에 한번씩 상담도 데리고 다녀주고, 병원도 데리러 오고, 투정도 받아주고. 나는 여보를 위해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밥 해주는 거 말고는 해 주는게 없네.
여보를 만난 건 우리 할머니가 나를 돌봐줘서라고 생각해. 조상님 덕. 나는 여보랑 결혼해서 너무 좋아. 내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 중에 하나가 여보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여보도 그럴까? 이렇게 힘든 나와 사는데 여보가 혹시나 지치지는 않을지 걱정 돼. 나도 여보에게 힘이 되고 싶은데, 매일 힘을 받기만 하니까 미안하고 고맙고 걱정 돼.
다들 여보를 상위 0.1% 남편이라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들 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여보의 건강이 걱정 돼. 나 때문인지 요즘 맥주 한잔 하는 것도 늘었고,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나는 병원, 상담, 운동도 하는데 여보는 올 해 야구도 안 하고 여보를 위해서 하는 것이 없어서 미안해. 여보가 뭔가를 하면 좋겠어. 여보는 음악 듣고 영화, 드라마, 스포츠 보는 거 좋아하니까 나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보도 건강을 위해서 뭔가 했으면 좋겠어.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나의 우울이 여보에게도 올까봐 걱정 돼. 여보가 말했잖아. 다시 터널이 찾아오면 여보도 자신 없다고. 그런데 또 터널이 오고 있고. 그래도 이번에는 상담, 투약, 검진, 루틴, 운동, 성당 많은 것들을 하면서 여보에게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도 옆에서 그 모든 것을 다 지켜보고 함께 해주는 여보가 고맙고 미안하고 걱정 돼.
어제는 미사 때, 내가 좀 울었지? 신부님이 그랬잖아. 말만하는 사람말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라고. 그게 주님의 얼굴이라고. 우리는 주님의 얼굴을 하고 있냐고. 눈물이 났어. 나 엄청 노력해서 많은 것들을 하고 있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건 또한 여보도 마찬가지겠구나. 나는 주님과 함께 살고 있구나 싶어서 눈물이 났어. 여보, 고마와.
나의 요즘 소원은 여보가 건강한 거야. 몸도 마음도. 여보는 건강한 사람이야. 상담 선생님도 여보는 단단한 사람이래. 엄청 건강한 사람이라고 걱정하지 말래. 그래도 문득문득 걱정이 돼. 나는 여보 없으면 못 사는데. (그럼 이건 내 걱정인가? ^^;;) 여보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나랑 함께 했으면 좋겠어.
내가 더 좋아질게. 내가 더 노력할게. 내가 더 사랑할게.
여보만 출근시키는 마음이, 지친듯 나가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비도 오고 바람도 부는데 작은 차가 흔들리지는 않을지, 사고 없이 잘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여보. 내가 잘 이겨낼게. 여보가 나를 지켜주듯이 나도 여보를 지켜줄게. 항상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