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작가들을 만났다
지하철에서 수어로 대화하는 두 할머니를 보았다. 서로 마주 볼 수 있도록 맞은편에 앉아서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종종 손바닥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눈과 입 근육을 움직이는 표정이 생생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언어이지만, 연신 고갤 끄덕이며 두 사람의 눈이 웃고 있기에 아마도 즐거운 대화이리라 짐작했다.
덜컹거리는 전철 안에 손으로 만든 말들이 움직였다. 양손을 펼쳐 양쪽 귀에서 흔들거리던 두 사람. 아, 내가 아는 수어였다. 반짝반짝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이윽고 마장역.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두드리고 서로의 팔을 붙잡고 웃으며 내렸다. 손은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구나.
얼마 전에는 손으로 말하는 작가들을 만났다. 농인 작가들과 글쓰기 수업. 농·청각장애 아티스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농문화 예술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농인 아티스트를 발굴 ·육성하는 사회적 기업 누비스 에서 수업 요청이 온 건, 올해 3월. 에세이 출간을 목표로 집필 중인 농인 작가 4인의 글을 읽고 첨삭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리 글을 받아 읽고, 작가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피드백은 문서로 꼼꼼히 정리해 두었다. 농인들만 참여하는 줌수업은 처음이어서 잔뜩 긴장했다. 줌으로 얼굴만 마주 보고 수업을 이어가야 했다. 아이컨택과 바디랭귀지도 제한되는 수업인 만큼, 내가 농인 작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다.
내내 기도했다. 제 무지로 실수하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나와 다른 차이를 지닌 사람과 만날 땐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 책에서 읽었다. 잘 모르는 세계에서 접해질 때, 조심스러워도 나도 그도 누구든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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