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에는 마음이 달라진다. 사는 게 익숙해져 괜찮아진 마음 같은 시기랄까. 한여름을 보낸 나무들은 뙤약볕에 열렬히 읽힌 책처럼 바래지고 해져서, 지나가는 바람에도 편안하게 흔들린다. 걷다가도 빙그르르 휘돌며 떨어지는 나뭇잎이 아름다워 멈춰 서는 날들. 마음이 너그럽다.
이맘때는 천천히 걷는다. 특히 나무 아래는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이르게 툭 떨어져 곪아가는 열매가 있고, 울다가 톡 떨어진 죽은 매미가 있다. 구월이 되자마자 매미들은 하나둘 떨어져 죽었다. 죽은 매미를 누군가 밟을까 봐, 나는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나무를 찾아 밑동 가까이에 매미를 데려다 두곤 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손바닥에 매미를 숨기고 걸으면서 부끄러워했다.
구월의 숲에 갔다가 아이들과 바닥에 떨어진 매미들을 주웠다. 한 마리는 아직 살아 있었다. 나뭇가지를 가져다 대자 버둥거리면서도 단단히 그걸 붙잡았다. 그 채로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내내 있다가 얼마 후에 죽었다. 움직여봐. 등을 건드려 보아도 그대로인 매미를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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