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개인의 생산성과 조직의 성과: 연결되지 않은 고리를 찾아서
여러분이 현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모니터는 몇 대인가?
자신의 자리 외에 상사, 동료의 자리를 둘러보더라도 어느샌가 사무실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모니터가 2개 이상인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노트북으로 근무하더라도, 사무실에서는 별도의 모니터를 노트북과 연결해서 쓸 정도로 ‘여러 화면으로 멀티태스킹하기’ 흐름은 직장인의 자연스런 덕목이 된 것 같다. 실제로 모니터의 개수가 늘어난 만큼 처리하는 업무의 효율성이 올라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겠지만, 이것은 주어진 업무에 대한 ‘개인’의 효율성으로 한정되는 것이다.
‘개인’의 효율성이 ‘조직’의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업무 효율성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운영에 있어 핵심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제프 베조스는 “우리의 성공은 우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지에 달려있다.”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개인(N)의 효율성이 올라가면, 절약된 시간과 자원에 대한 개인의 합만큼 조직의 추가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조직의 성과와 항상 연결되지는 않는다. 개인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 중 하나인 원격근무(remote work)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기업의 경우 코로나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되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인1980년부터 원격근무를 도입했던 ‘원격근무의 원조’, IBM의 경우 ‘언제, 어느 곳이든 일터가 된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개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섰다. 전체 IBM 종사자(전세계 기준)의 40%인 15만여명이 원격근무를 채택할 정도였다고 한다. 다른 요인들이 분명히 작용했겠지만, 결과적으로 IBM의 조직 성과는 전체 직원의 40% 효율성에 비례하여 연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20분기 연속 실적 부진을 겪은 IBM은 결국 원격근무를 폐지하게 된다. 물론, IBM 하나의 사례로 원격근무를 통한 개인의 효율성이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의 업무 효율성이 조직 성과의 절대적인 인과관계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다른 회사에 대한 예시를 들지 않더라도, 원격근무를 경험해본 개인이라면 개인의 효율성이 어떤 이유에서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지에 대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서두에서 업무효율성의 변화에 대한 상징적인 것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사무실 모니터의 개수를 예로 들었다. 조직에서 개인당 소유하는 모니터가 늘어난다는 것은 개인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성과가 어떤 형태로든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요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AI를 활용한 업무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증가도 같은 흐름에서 얘기할 수 있다. 이제 회의를 한 이후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도, AI가 작성해주고, 코딩 업무도 copilot이 대부분을 도와주듯이 기업에서 개인의 AI 사용은 일상이 됐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2024 Work Trend Index Annual Repor’t에 따르면, 75%의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s)들이 생성형 AI를 직장에서 사용하고 있고,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90%가 업무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85%가 가장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 84%가 더욱 창의적인 업무를 가능하게 한다고 답했다. 즉, AI를 활용하여 실제로 효율성의 많은 부분들이 개인적인 측면에서 향상됐다는 것을 직원들이 피부로 느낀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맥킨지 보고서(그림)[1]에 따르면, 적어도 1 개 이상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AI 를 도입한 조직의 비율이 2017 년 20%에서 시작하여 2024 년에는 72%로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2023 년에서 2024 년에 생성형 AI 도입이 조직 전체의 AI 도입을 급격하게 성장시킨것을볼수있다
반면, Ai를 도입한 기업은 그림처럼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조직이 AI로 비지니스 가치를 창출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표인 ROI(투자대비 수익: Return on Investment)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보고서에서 조직 내 50%에 해당하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비지니스 임팩트로 연결할지,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불확실하다고 대답했다. 즉, 개인의 생산성에서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는 고리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물론, ROI가 어떻게 측정되는지를 기존 재무적 수익률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 테퍼 경영대학원의 비즈니스 교수인 파람 비르 싱에 따르면, “적어도 현재로서는 조직이 ROI의 척도로 재무적 수익률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생성형 AI의 경우 직원 경험, 고객 만족도를 얼마나 개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말했다.
이제는 단순히 개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서 벗어나, 조직 설계(organizational design)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복잡한 조직 구조와 상호작용에 있다. 예를 들어, 한 팀의 효율성 증가가 다른 팀과의 협업을 저해하거나, 빠른 의사결정이 오히려 전체적인 전략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 더불어, 개인의 업무량을 고정해둔 상태에서 업무 효율성을 통해 절대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9 to 6'이라는 정해진 근무시간을 가진 월급쟁이 근로자들이 회사를 위해 효율성으로 얻은 나머지 시간에 자발적으로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는 디지털 전환,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최근의 AI 도입 과정에서 많은 조직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이다. 개인의 효율성 향상이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성과 향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효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있다. 이는 개인의 효율성과 조직의 효율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을 넘어, 절감된 비용과 시간을 실질적인 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조직들이 수억, 수십억의 인적자원 비용 절감을 보고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회비용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성과는 이렇게 확보된 자원을 조직 구성원의 추가적인 가치 창출로 연결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예를 들어, AI로 인해 절약된 시간을 직원들의 창의적 프로젝트, 혁신적 아이디어 개발, 또는 고객과의 더 깊은 관계 구축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효율성 지표로는 측정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조직은 효율성 향상을 통해 확보된 자원을 어떻게 의미 있는 가치 창출로 전환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통해 리더들이 그토록 원하는 조직의 확장된 성과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 진정한 조직의 성장과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AI와 디지털 전환을 다루는 대부분의 논의가 기술적 측면, 즉 효과적인 파이프라인 구축이나 스케일 확장에 집중되어 있지만, 우리는 이제 그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진정한 조직의 성과 향상은 단순한 효율성 증대를 넘어, 조직과 인간의 관점에서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어떻게 의미 있는 가치 창출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에서 시작된다. 개인의 효율성과 조직의 성과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1] The state of AI in early 2024: Gen AI adoption spikes and starts to generate value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quantumblack/our-insights/the-state-of-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