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은
작품 의뢰만 벌써 3번째다. 정사모님은 나를 좋아한다. 내가 좋은 건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좋은 건지 과분하게 좋아해주신다. 내 그림이 가치가 있어서라기보다 내 형편을 고려해 주문하시는 경향이 없지 않다.
정사모님집에 걸린 내 작품을 보고 감탄하신 손님께 선물하신다고 했다. “ 이 작품을 받으실 분은 70대 부부이시며 와이프는 일본분이신데 저처럼 꽃을 참 좋아하시는 분이세요. 그 부부에게 어울리는 그림과 글씨를 작업 해 주세요.” 하신다.
남이섬 갔을 때 호수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들, 세종문화 회관 앞 나무그늘 아래 벤치위에 할아버지들, 중국 여행 중에 벤치에서 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뒷모습 풍경이 참 좋다. 부부의 뒷모습은 이번 작품에서 보여줄 소재라 생각했고 여름이 지나자마자 마침내 완성했다.
완성 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정사모님 그려진다.
사람들 틈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먼저 머리스타일은 청담동 사모님을 연상케 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었다. 청담동 어느 미용실 다니세요 라는 질문에 “청담동은 멀어서 못가고 죽전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합니다.”라고 했다. 옷은 더 튄다. 50대 여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포인트를 주는 악세사리가 있는데 그건 리본 끈이다. 허리에 또는 가슴에 목에 리본끈 하나로 색다른 연출을 시도한다.
가방이며 신은 말할 것도 없이 늘 예쁘고 섹시하게 튄다. 피아노를 전공하시고 감출 수 없는 끼부림은 손이 아닌 유쾌한 언어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신다.
정사모님의 마음씨는 외모보다 더 튄다. 쑥스러움과 낯가림이 심하다고 하시지만 앞에 나가서 이야기 할 때 모습은 프로젝트 pt를 하시듯 사람들을 울리고 웃게 하는 재주가 다분하시다. 꽃을 많이 좋아하셔서 꽃 사러 잘 다니시는데 꽃집 앞을 지나는데 아저씨가 빗자루로 청소하는 모습에 감동해 그 집 꽃을 사줄 정도로 마음씀씀이가 남다르다.
이런 사모님을 내가 더 많이 좋아한다. 내 인생을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시는 정사모님의 마음씨를 배우며 닮고 싶어진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오랜된 친구 그리고 넉넉한 마음씨면 좋겠다
'뒷모습 인생'을 보며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