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맘'으로 지내요
계획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란 그 둘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15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사했다. 출산하고 복직한 후 아이가 5살 되던 해였다. 15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퇴사에 대한,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어떤 것도 설계해 본 적이 없다. 때문에 인생의 설계도에서 일정한 방향이 틀어진 건 분명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를 하고난 다음부터이다. 나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고 인정받으면서 내 일을 사랑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생활은 육아와 일을 병행한 뒤로는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나는 점점 오랜 시간 고민하며 머리를 써야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보다는 좀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단순 업무를 선호하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더욱이 출근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부모님이 가까이 살고 계시지 않아서 퇴근 후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하는 입장이 된 나는 회사의 중요 업무를 맡아서 할 수도, 야근도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 나는 자발적으로 경력 단절 여성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인생 설계는 다시 계획되고 새로운 시작 앞에 섰다. 인생의 2막은 지금부터이다. 막상 나와서 보니 바깥세상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자유가 주는 참 기쁨은 생각보다 더 컸다.
아이도 남편도 생활의 여유를 되찾았고, 무엇보다 엄마인 내가 행복했다. 아이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어린이 집에서 엄마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고, 열이 나고 감기 기운이 돌아도 어린이 집에 가야 하는 일도 없었다. 가공식품으로 밥을 해결하고 외식하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으며 식사 때가 되면 갓 지은 따스한 밥과 국이 있는 집 밥을 먹는 날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차대신 걸어서 유치원 등·하원을 하고, 오가는 길에서는 하늘과 나무, 새들의 노래와 같은 자연을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아이와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시간도 많아졌다.
나는 바깥세상에서 동네 아이의 엄마들을 만나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아이를 위해 경력을 포기한 게 아니라 엄마라는 하나의 주체로서 행복을 위해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들도 둘을 키우는 엄마들도 육아와 가사를 위해 하루하루 회사에서의 노력과 시간만큼을 쓰고 있었다.
더 잘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사랑을 주기 위해, 더 행복하고 따뜻한 아이를 위해 일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힘겨운 하루를 버틸 힘은 커피 한 잔에서부터 시작된다. 출근만 하지 않을 뿐이지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은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고 디자인을 하면서, 그리고 출강을 하고 카페에서 미팅을 하며 시간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일하는 시간과 육아 시간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을 안배하고 관리하는 것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나의 일인 것이다.
내 일과 함께 자란 아이도 어느새 초롱초롱한 초등학생 2학년이 되었다. 아이가 있어서 내일이 있고, 일이 있으니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 일도 성장하게 되고,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이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부지런히 아이를 사랑해주고 경력단절 되지 않도록 내 일도 가꾸고 아끼면서 사랑할 것이다.
디자인한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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