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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e Jun 09. 2016

연습일지

모든 연습을 기준으로 삼되, 음악[삶] 자체는 즐길 것




명확한 선율의 삶을 노래하기 위해선 깨끗한 입김이 필요하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으면 섬세함을 노래할 수 없다. 그러나 섬세를 논하기 이전에 등을 피거나 숨을 잘 쉬는 등의 기본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진양이면 진양, 중모리면 중모리, 휘모리면 휘모리, 장단에는 분명 그에 맞는 몸짓이 있다. 우조를 우조처럼 계면조를 계면조처럼 탈 줄 안다면 삶은 더욱 풍요롭거나 첨예하다.


정간과 정간 사이 또한 음악이다. 뒷음이 올 자리에 이전 박을 끌고 있어도 안되고, 한 음을 지속시켜야 할 때엔 올곧이 그 음만을 내야 한다. 그래, 거칠 때 거칠지라도 더럽지는 말자. 들숨을 제때 쉬고, 악센트도 제때 찍자.


수많은 연습과 다짐 속에서 음악[삶]은 한 번도 완결된 적 없었다. 그러니 좌절하기도 희희낙락하기도 이르다. 모든 연습을 기준으로 삼되, 음악[삶] 자체는 즐길 것.



연습일지, 2012年




*

몇 해전 연습일지입니다.


연습에 치열할 때에는 다짐할 것이 많습니다. 그때보다 오히려 부족한 지금은 기본이나 하자는 생각입니다. 사실 기본, 그것이 가장 어렵지만요.


몇 해전 문장들에 문득 지금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분명 대금을 불며 적은 것인데, 삶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요.


많은 이들이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음악을 느낍니다. 삶을 겪었기 때문일까요? 음악과 삶은 그렇게 닮아있습니다. 어쩌면 식당에 들어 밥을 먹고, 주변을 구경하고, 다시 길을 나서고 하는 것들은 대금을 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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