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뭉치는 전혀 아니었는데 우리 뭉실이는 바구니를 사랑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서 보통 가방이나, 택배박스에 들어가는 걸 본 적은 있는데 우리 강아지가 바구니에 들어가는 걸 좋아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해 보면 뭉실이는 아늑한 공간 자체를 아주 좋아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그런 공간을 좋아했던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행동은 뭉치가 떠난 이후부터 나타났다. 뭉치가 떠나고 그 이후에는 실이랑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부득이 외출을 하거나 잠깐 혼자 있어야 할 때 뭉실이는 극도로 불안해했다.
직업상 출근을 매일하고 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길면 몇 시간, 거의 외출할 때도 데려갈 수 있는 곳은 무조건 데리고 다녔는데도 말이다. 어느 날 외출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실이가 안 보여서 이름을 불렀는데도 달려 나오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온 집안을 뒤졌는데도 개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순간, 현관 입구의 실내화 올려두는 선반 위에 올라가서 꼬리를 치고 있었다.
'언니, 나 여기 있잖아. 어딜 찾아다니는 거야?' 하는 것 같았다. 표정도 '얘 왜 이래?' 이런 표정. 그런데 저 장면을 보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뭉치도 혼자일 때 종종 내 옷장에 들어갔다. 둘이 있을 땐 안 그랬는데.
저 신발에서 내 발냄새가 나서 굳이 좁은 선반 위를 올라갔나? 하고 생각해 봤는데,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굳이 저 좁은 틈에 비집고 올라가 있던 뭉실이에 빙의해서 생각해 보자면, 언니가 없는 집이 너무 허전해서 언니 냄새가 나는 물건 위에 앉아 있고 싶었던 것 같다. 게다가 천장도 있으니 얼마나 아늑한가!
또 어느 날은 주방에서 일하다가 실이를 불렀는데 또 반응이 없어서 찾아다녔다. 근데 항상 실이는 그럴 때마다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내 근처에 있다. 바로 행주랑 주방에서 쓰는 타월을 빨아 곱게 접어둔 바구니 안에 앉아서 말이다. 너무 어이없지만 또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워 죽을 것 같아서 사진을 찍어댔던 그때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뒤로도 실이는 종종 내 타월바구니에 자주 들어가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타월을 빼서 빨아야 했지만, 실이의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아서 -아니 종종 들어가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타월바구니를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두었다.
그래서인지 실이는 어딘가에 들어가는걸 참 잘했다. 내가 일하는 곳에 사람들이 올 때는 실이도 사람들도 서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했기에 난생처음으로 케이지 훈련도 했는데, 훈련이라고 할 것도 없이 너무 잘 들어갔고, 그 안에서 정말 배변문제만 아니면 절대로 보채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아니 꺼내달라는 신호를 실이는 제일 먼저 간절한 눈빛으로 시작했고, 실이가 짖는다는 건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는 거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대단한 강아지였다.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개유모차를 타야 했을 때도 그 안에 얼마나 쏙쏙 잘 들어갔는지 모른다. 그 안에서 일어서거나, 나가려고 하는 일 따윈 없었다. 그래서 가끔 바구니 들어가는걸 내가 너무 재미있어해서 그 비슷한 거에 들어가는 게 낯설고 두렵지 않은 건가? 하고 생각하기도..
아무튼 유난한 바구니 사랑은 이렇게 또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오늘도 실이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