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삼 Oct 24. 2023

두근두근 숲기행




"요즘 엠지 같지 않아요~~ 


책도 좋아하고, 산도 좋아하고.


할머니 같아요~" 



한 상사 분이 예린이를 다른 부장님께 소개할 때 하셨던 말이랬다. 



"진짜? 그렇게 말씀하셨어? 아 재밌다~" 



나는 내 친구에 대해 다른 사람이 뭐라 말했는지 듣는 게 너무 재밌다. 왜냐하면 항상 그런 것들은 너무 공감이 가기 때문에. 아,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어? 모두가 이렇게 똑같이 느끼고 있었어? 은연 중에 느끼고 있던 너에 대한 생각이 사실은 이 친구를 바라보는 모두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 때 재밌다.



상사 분이 했던 말을 전해들으면서, 내 속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 말을 듣기 전에 속으로 혼자 생각하고 있었거든. 예린이를 바라보면 뭔가, 순수한 아이와 지혜로운 할머니가 공존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지혜로운 할머니 같은 모습이 있는데, 어떤 그림이 그려지냐면, 되게 상냥한 할머니가 따뜻한 목도리를 하고 장작불이 타는 곳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모습.  너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선하게 그려져. 혹시 너도, 나에게서 내 할머니 모습이 그려져?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시선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예린이에게 느끼고 있는 것을 똑같이 예린이가 나에게서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예린이는 나를 보고 있으면 내가 전체를 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 다음의 시선, 그리고 종합적인 것을 볼 수 있는 사람. 그럼, 예린아 나한테도 할머니 같은 모습이 느껴져? 








아니?? 음.. 넌.. 넌 정말 아이야. 



ㅋㅋㅋㅋ



넌 완전 아이야. 



어떤 모습에서?



천진난만함이. 



대체 언제?



평소에 대화할 때!?



할머니같은 모습은 없어 ? (울상) 



웅.. 넌 애야. 



ㅋㅋㅋㅋㅋ



그런데 가끔씩 속에 몬가가 있단걸 느낄 땐 있지. 아이는 아이인데,  많은 걸 겪어버린 아이 ??? 



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되게 할머니 같다고 할 줄 알았고, 사실 그 말을 기대했는데, 예린이는 계속 고개를 저으며 나는 할머니라기보다는 완전히 이라고 말했다. 내가 그렇구나. 그런  모습이 많구나. 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들으면서 알게된 나의 인상이다. 



이전에, 한 블로거가 자기 직장 동료들에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거 같은지 물었다고 이야기하며, 그 목록을 적어올린 적이 있었다. 그 글이 유독 재미있었다. 글에서 새어나오는 이 사람의 성격 그리고 이 사람만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거기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내가 느끼던 이 사람에 대한 생각들이 적혀 있으니 웃기기도 하고, 또 나도 그런 걸 적어올리면 누군가는 큭큭 웃기다고 생각할지 





예린이와 함께 떠난 화담숲 여행. 



요즘은 이런 당일치기 프로그램에 많이 가게 된다고 했다. 단체로 떠나는 일정은 왕복 6시간에, 그 지역에 도착해서 누리는 시간은 3시간인 그런 일정. 거기에 3시간 있자고 왕복 6시간을 오가는 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쌈빡해서 좋다. 



왜? 나 혼자 가면 자꾸 눌러붙으려 하거든. 


간 시간이 아까워서, 내 교통비가 아까워서.. 


하루만 더 있자 하루만 더 즐 기자 하다가 일주일을 눌러붙어있다가 오거든. 힘들게 간 곳은 너무 뽕을 뽑아버리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고 삼일이 일주일이 되어서별 생각 없이 갔다가 30만원을 쓰고 오거든.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은 좋아~~~~멀리 가는데 돈이 들지 않고, 또 하루면 족하니까~!! 













예린이 직장 상사 분이 알려줘서 신청하게 되었다.  2030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걸 신청하는 사람들은 다 어떤 사람들일까? 다들 어디서 보고 신청한 걸까? 


자연 힐링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아무도 신청 안 하던데, 사람들이 신청을 다 해서 만석이고, 또 되게 인기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아침에 버스를 탔다. 


나이대와 직업이 다양해보이는 제각각의 사람들. 


30대의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30대의 연인이 많아보였다. 



오늘은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아침 9시 10분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따뜻한 동행을 해주실 교장선생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도착하면 식사하시고 예약된 시간에 입장하시고, 설렁탕을 드시면 됩니다.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을 거고요. 들어가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초상권은 잘 지켜드립니다.^^" 



어른이 되어서 떠나는 현장체험학습. 


어른들의 현장체험 학습이 아닐까 싶었다. 



경기도 여주로 출발하는 단체 버스. 


버스의 공기는 사뭇 경직되어 있었다. 


어디론가 출발하는 버스의 공기는 늘 이러하다. 



세상에 긴장하고 있는 버스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 버스들이 매일 매일 이 도로를 출발하고 있겠구나.  긴장으로 가득찬 단체 버스들을 떠올렸다. 긴장한 운영자, 긴장한 초등학교 선생님, 긴장한 학부모. 아마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함께 출발하는 버스라면 그렇지 않을까. 



초등학생 때를 떠올렸다. 


새벽 6시에 출발하던 스키장 버스가 있었어. 


그때 수학여행이었는데, 담임선생님은 얼마나 긴장이 되었을까?  아이들이 제때 오지 않을까봐. 


나 사실 그날 출발 10분 전에 일어났던 게 기억이 나. 엄마랑 나랑 난리다 난리다 하면서 뛰쳐나갔던 그 꼭두새벽이 생각이 나. 















예린이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ㅡ 나는 사실 말야. AI가 쓴 글에서 감성을 느낀 적이 없어. 


잘 쓴다고 잘 쓴다고는 하지만.. 



ㅡ 그런데 그게, AI가 썼다는 걸 모르고 봐도 그럴까? 



ㅡ 아 어쩌면 사람이 썼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가 감성을 느끼게 될 수도 있겠구나. 


글 자체가 아니라, 누가 썼느냐에 대한 인식에서 느껴지는 차이일 수도 있겠네. 



ㅡ 그래서 더더욱 사람이 중요해지는 시대인 것 같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글인가보다도, 어떤 사람이 썼는가 ~??












이야기를 하다보니 음성 휴게소에 도착했다. 











여기 신발 되게 재미있게 판다. 


그리고, 여기는 이렇게 가지런히 정렬이 되어있어! 


이렇게 정리된 곳 처음 봐. 













시간이 흘러, 화담숲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공통 메뉴인 설렁탕을 먹었다. 





우리는 항상 국밥을 먹는 구나. 


그러게. 


저번에도 국밥을 먹었고 말이야. 






국밥을 먹고, 화담숲을 한발한발 걷기 시작했다. 


아니,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먼저 찍었다!







"여기에 3시 반까지 모여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발한발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 붐비는 화담숲. 



걸음 걸음 마다 다른 향기가 났따. 


한번은 레몬향, 한번은 숲향, 한번은 물향. 


그리고 내 앞에 걸어가는 여자의 향기. 


논픽션 향수를 썼나보다.  


그 우디향이 이 숲속에서 은은하게 풍기니 더 좋았다. 












       



아 LG에서 만들었구나. 






ㅡ 돈이 많으면 숲을 만들 수가 있구나.



돈을 많이 벌어야할 이유를 알겠어. 


숲을 지을 수도 있고... 



예린이는 도서관 관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네, 돈이 많으면 우리는 숲을 지을 수도 있고, 도서관 관장도 할 수 있네. 나의 도서관을 짓는 것. 나의 숲을 짓는 것. 아름다운 꿈이다. 



왜 돈 버세요? 숲 만드려고요. 라고 답하는 삶. 좀 멋있는데? 


그런데, 그러려면 한 500억 자산가는 되어야겠구나. 




LG 에 감사함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실, 동네 뒷산에서 느끼는 마음이나 


유명한 곳에서 느끼는 마음이 비슷해." 



"그건 나도 그래" 



"그래서, 굳이 유명한 곳이면 내가 안 와도 될 것 같은 생각. 내가 안 찾아줘도 될 것 같은 생각."



"혹시 근데 그거 홍대병으로 보일 수도 있겠닼."



크극. 자칫하면 홍대병처럼 보일 수 있는데, 예린스의 마음은 목에 핏대 세우는 마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알아주는 것, 잘 알아주는 고전, 잘 알아주는 명작, 이미 유명해진 것은 이미 유명해져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어쩌면 내가 해야할 일은 가치가 드러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또 드러내고 내가 향유해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라는 걸 안다.  어쩌면 홍대병도 이런 귀한 마음에서 발산된 마음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무튼, 같은 선상에서 나도 그러한 마음이다. 유명한 것보다는 유명하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지 않은 영화, 그런데 너무 좋은 영화.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지 않은 공간,  그런데 너무 좋았던 숲.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공간, 그런데 너무 좋은 나의 뒷산. 



이건 홍대병이 아니라 예린병이다. 예린이와 다니면서 그런 걸 느꼈다. 세상에 많은 것들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되고, 또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있꾸나 하고 알게 되고, 많은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그리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또 지켜져야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환경과 지구와 연결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나에게는 예린이가 선생님같기도 하다. 나보다 8개월 정도 더 살았는데, 한 8년은 더 산 것 같은 사람.  



우리는 화담숲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사실 뒷산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은 우리가 원했던 숲의 모습이 같았던 것 같다. 뭔가 사람이 없는 적막함 속에, 고요하고 홀로 존재하는 숲의 광활함, 그런 걸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화담숲은 광활하다기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수목원 같은 느낌이었다. 단정하고 다정한 수목원. 허브힐즈 같기도 하고. 















예린이와 걸으면서 한 대화들. 




ㅡ 꿈은 온전히 개인의 무의식일까, 아니면 연결된 세계일까?



ㅡ 아마, 둘 다 겠지? 



그러니까, 누군가가 꿈에 울면서 나타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울음을 내가 무의식으로 생각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정말 나에게 보내는 신호일 수 있는 걸까. 온전히 개인의 무의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울면서 나타난다면 슬플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꿈이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세계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어서. 



둘 다 일 것 같다는 모호한 답변을 했다. 개인의 무의식이기도 하면서, 그 개인의 무의식이라는 게 결국 연결된 세계이기도 할 것이라고. 이런 모호한 답변. 






ㅡ 단계별로 과정을 계속계속 보여주면서 성장하는 사람, 아니면 한꺼번에 무언가를 들고와서 놀래키는 사람. 


넌 이 중에 뭐가 좋아? (예린) 



ㅡ 아, 나는 분야별로 달랐으면 좋겠어. 


글쓰기에서는 단계별로 성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 외는 한꺼번에 들고와서 놀래켜주고 싶기도 하고. 



처음에는 어떤 친구가 좋냐는 질문인줄 알았다. 내 주위에 둘러보면, 단계별로 서로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자주 연락이 되는) 친구가 있다. 아니면, 연락이 잘 안 되는데 나타날 때 뭔가 많은 소식을 들고 나타나는 친구. 나는 누군가에게는 전자이고, 누군가에게는 후자이다. 





ㅡ 넌 이상형이 뭐야? (인삼) 



ㅡ 예전에 이상형에 대한 질문으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람' 이라 답한 적이 있어. 


그런데 답하고 나서 알게 되었어.


이상형이 아니라 이건 나의 이상향이구나. 


사실은 나의 이상향이었구나.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ㅡ 엇! 그건 나도 그런 것 같아. 


나는 내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을 좋아하고, 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길 바라거든. 


그리고 그래야하는 기질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내가 가로 1cm에 세로 10cm인 사람이 아니라, 가로 10cm에 세로가 1cm인 사람이라고 느꼈거든. 




예전에 나는 왜 이리 다른 사람에 비해 무언가 깊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깊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에너지가 많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하나를 깊이 잘 하지..? 그러다가 여러 사람들을 둘러보고 내 안을 둘러보고 내린 결론은 그거였다. 사람마다 가진 에너지 총량은 결국 다 비슷하다는 것. 갖고 있는에너지는 비슷하고 그걸 어떤 형태로 표출하느냐가 다를 뿐이라고. 누군가는 가로가 1cm인 반면, 세로가 10cm이다. 누군가는 가로가 5cm에 세로가 5cm다. 누군가는 가로가 10cm에 세로가 1cm이다. 그런데 우리가 비교할 때에는, 서로의 넓이를 비교하지 않고 한 면의 길이만을 가지고 비교하게 될 때가 많다. 나는 그동안 세로만을 가지고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조금 알겠다. 나는 가로가 긴 사람이다. 














숲을 들어가는 일은 늘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다시금 살아가는 일이 자기 안의 보물을 채굴하는 과정과 같다고 느꼈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신비로운 힘, 알지 못하던 힘을 입어가고, 새롭게 무궁무진한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의 키재기를 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이 내 안에서 내가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를 지켜보면 되겠구나. 어제보다 더 깊이 들어가고, 어제보다 더 깊이 들어가기만 하면 되겠구나. 




어딘가 코스에 도착했고, 예린이는 도장을 찍었다. 나는 도장을 찍지 않았다. 


섬세하게 예린이는 도장을 찍었는데 나는 아무데나 쾅 찍어버렸다.



ㅡ얏 거기 아니야. 



ㅡ몰랑. 도장은 내 적성이 아니야 흐흐. 



ㅡ 도장도 적성이라고 ~???? ㅋㅋㅋ



요즘 나는 '적성'이니 뭐니 하는 것에 꽂혀있다. 뭐가 내 적성이고, 뭐가 내 강점인지에 대한 생각들. 그런 생각이 무의식 중에 이런 말실수로 드러난다. 머 이런 사소한 도장이랑은 상관없겠지만 무튼 나는 영 이렇게 뭔가 꼼꼼하고 세밀하게 찍어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예쁘게 섬세하게 자리를 잘 잡아서 찍는 거 말고 대충 그냥 찍어버리고 요리도 그냥 다 재료를 때려박아버리고.. 그런 대충병. 이건 나의 성격일까 나의 단점일까 나의 기질일까 나의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일까 아빠에게 보고 배운 성격일까?



흠. 




요즘의 나는 인간을 분석하는 오만 잡다한 도구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갤럽 강점 검사부터 시작해서 mbti, 사주, 명리학, 점성학까지.. 아주 과학적인 것부터 비과학적인 것들까지, 인문학적인 것들까지 모두 다 공부하고 자격증을 딴 다음에 인간을 분석하는 나만의 체계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총망라할 수 있는 검사지. 그리고 나서 '이성혜 검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이 가로가 몇 cm인지 세로가 몇 cm인지 알려주는, 그리고 각각의 정사각형을 이루는 작은 정사각형들의 이름은 각각 무엇인지. 심미안인지, 분석력인지, 수집인지, 개별화인지. 




ㅡ 너는 네 이름으로 된 검사를 짓고 싶어? (예린)



ㅡ 웅 인간에게는 그런 욕구가 있나봐. 자기 이름을 된 것을 붙이고 싶은. 왜, 노래를 들으면 듣고 나서도 은연 중에 그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잖아. 


그런데 그걸 보고 우리 오빠가 9살 때 '이성우 이론'이라고 이름을 지었거든??? 그러니까 내가 노래를 흥얼거릴 때 마다 '어 그거 이성우 이론' 이러는 거야.  그래서 너무 짜증나는 거야.  아 근데 그게 인간의 본능인가 싶더라구. 



어릴 때부터 무언가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싶어했던 걸 생각하면, 이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숲을 지어서 내 숲이라고 이름짓고 싶은 마음. 누구나 느끼는 기분과 감정에 내 이름을 붙여서 내 이론이라 말하고 싶은 마음. 인간을 분석하는 검사를 만들어서, '이성혜 검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은 마음. 




우리 이렇게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러게! 










화담숲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척윗로 278-1







(2)에서 계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