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거름도 뿌려주고 왔으니 3~4일 정도 머물며 여러 작물을 심어볼 생각으로 일요일 오후부터 평창에서 보냈다. 작은 오두막에 뭐가 그리 필요한 게 많은지 이번에도 앞 좌석 두 사람 앉을자리외 트렁크며 뒷좌석까지 짐을 가득 실어 날랐다. 주문한 파라솔 택배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파라솔이 일하다 지치면 그늘막 쉼터가 되어준다
파라솔 펼쳐볼 겨를도 없이 짐을 내리고 있는데 요란한 기계음 소리가 들린다. 작물을 심으려면 로터리 작업도 한번 더 해주고 밭 골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걸 안 전 이장님이 로터리 작업을 시작한 거다.
그것만 끝나면 뭔가 심을 수 있겠지 했던 기대와 달리 할 일은 산너머 산이다. 이번엔 비료와 토양살충제를 먼저 뿌려줘야 한단다.
로터리 작업중
비료 한포 토양살충제 두 봉지로 지난번 거름처럼 많은 양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농기계를 투입하는 것도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 관행농으로 자생력을 잃은 토양 살리기부터 시작할 테다. 커피, 음식물 찌꺼기를 이용해 자연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잡풀을 기르고 잘라 멀칭을 하며 보기도 좋고 건강한 먹거리를 수확할 수 있는 자연농을 꿈꾼다.
밭에 퇴비를 뿌려주고 있는 초보농부
4월 중순이었음에도 강원도 산골은 여전히 서리로 작물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심을 수 있는 게 감자뿐이었다. 옥수수 콩 고추 쌈채소 등 대부분 5월이 되어야 가능하단다. 초보 농부에게 쉬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씨감자 자르기와 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막상 하려니 또 막막하다. 전 이장님 댁에서 배우고 감자 심는 농기구까지 빌려 왔지만 아랫집 어르신께 다시 배워가며 해야 했다.
초보농부의 감자 심기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작업하다 보니 나름 우리들만의 요령도 생겼다. 땡볕에 금방 지쳐서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하자고 했다. 삽 한 자루 없이 필요할 때마다 윗집 아랫집에서 빌려 사용했는데 철물점에서 삽 호미 괭이 손수레 낫 등 당장 필요한 농기구 몇 가지를 구매했다. 내 것으로 사용하니 마음도 느긋해진다. 그렇게 이틀에 걸쳐 잡풀 예방을 위해 비닐 멀칭을 하고 감자 30kg를 심었다.
넓은 밭의 일부에 길게 늘어진 7개의 검은 줄이 나 감자! 라며 뚜렷한 영역이 생겼다. 감자를 심은 다음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감자 잘 자라라고 하늘이 도와주나 보다. 부디 초보 농부의 풍성한 첫 수확으로 행복한 나눔을 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