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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May 20. 2022

2도 5농 살이

주말은 도시에서 주중은 시골살이

농막 하나 설치하고부터 그야말로 일복이 터졌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할 일이 태산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분주한 봄을 보내고 있다.  5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강원도라 지난 4월에 감자 심어놓은 것 외에는 작물 심을 게 없었다. 5월이 되어 쌈채소 양파 대파 모종과 옥수수 부추 치커리는 씨앗으로 심었다.


아는 게 없으니 모든 게 궁금한 것투성이다.

아랫집 비닐하우스에 키우고 있는 고추 모종을 보고 저건 언제 밭에 심느냐고 물었었다. 어르신께서 냉해를 입을 수 있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고추 심으면 그다음엔 뭘 심느냐고 했더니 고추 심고 나면 뭐든 다 심어도 된다고 하셨다.  바로 전주에 고추 모종 사러 봉평장에 갔다가 이 지역은  아직 이르다고 해서  포기하고 한주 뒤로 미루었다.


역시나 5월 중순이었건만 그 주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일기예보보다 더 정확하게 때를 맞추어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지혜로움이 놀라웠다.  그다음 주 내려가는 날이 마침 장날이다. 이른 새벽에 일산 집을 나서 바로 봉평장으로 향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장은 펼쳐지기 시작했다. 고추 모종은 물론 오이 참외 토마토 가지 콩 등 주변 지인들과 나눠먹을 정도로 조금씩 사다가 심었다. 물론 초보 농부가 심은 작물이 수확이 잘 되어야 나누어 먹을 수 있을 테다. 살충제도 EM과 소주 식초를 희석해 직접 만들고 커피 찌꺼기로 거름을 만들어 사용하며 자연농을 추구하는 실험의 장이 될 테니까.


농사짓는 노동의 강도도 엄청나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씨앗을 모종으로 직접 키우지 않는 한 모종 구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것뿐인가 이것저것 농기구 구매 등 필요한 것도 끝이 없다. 토지 구매부터 시작해 도시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몽땅 땅에 쏟아붓는 기분이다. 육체의 고단함과 비용이 따르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뿌듯함이 있고 새로운 깨달음이 있기에 온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땅에 꿈과 희망을 심는다는 마음으로...,


건강 관리를 위해 일상 루틴으로 하고 있는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고 며칠이 훌쩍 지나 도시로 돌아올 시간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사이 경영체 등록도 마쳤고 농지 대장도 신청했다. 농협 조합원 가입을 위해 서류도 준비 중이다. 전입 신고도 했으니 이제 나는 강원특별자치도민이 되었다.


보통은 5도 2농으로 출발하지만 우리 부부는 2도 5농으로 시골살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벅차지만 집을 짓고 나면 자연스럽게 적응할 그날을 위해 내가 꿈꾸는 또 다른 미래를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보리라. 달리다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빠른 걸음에서 느리게 걷기로 템포도 조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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