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내비게이션을 확인해 보니 차량 흐름이 원활하다. 건조하고 낮기온이 최고조로 올라 34도로 오르는 시간대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차는 뜨겁게 달아올라 에어컨을 가동해도 별 소용이 없을 정도다. 운전을 하고 있는 S에게 휴게소에 들러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먹고 쉬어가자고 했다. 차 안 냉방과는 차원이 다른 휴게소에서 먼저 아이스크림으로 체온을 내렸다. 더위에서 벗어나자 다른 군것질 거리도 눈에 들어온다. 휴게소에서 한껏 여유를 즐겼다. 막힘없이 달리면 2시간 15분 거리라서 평소 휴게소는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주유를 위해 잠시 들리곤 했던 곳이다. 이날은 새삼 휴게소의 효용 가치를 새롭게 느껴보았던 날이다.
빗물에 물기 머금은 새싹들이 생기를 되찾듯 나는 밭에서 다시금 기력을 회복했다. 지난번 나무 정리하던 일은 아예 건드리고 싶지 않아 당분간 그대로 방치하기로 했다.
풀더미 속에 구멍 하나씩을 내어 콩씨앗 세 알씩을 넣고 살짝 덥어두었는데 소식이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빼꼼 고개를 들고 있다. 나는 이 의미 있는 세알 심기가 참으로 마음에 들고 좋다. 한 알은 하늘을 나는 새, 또 다른 하나는 땅에 사는 동물, 그리고 나머지 한 알은 인간의 먹거리를 위함이다. 이 얼마나 겸손하고 자연과 공생하려는 선하고 넉넉한 마음인가. 어떤 씨앗을 땅에 심던 세 알 심기는 그래서 참으로 흐뭇하다. 도시 대형 마트에서 반듯하게 생긴 농산물을 사 먹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다.
씨앗을 심고 일주일 만에 콩이 싹을 튀웠다
도시로 돌아오기 전 1박 2일 귀농귀촌 아카데미에 참가했다. 귀농귀촌 한지 5년 이내, 도시에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에게 참가 자격이 주어져 전에 신청을 해두었다.
1박 2일 귀농귀촌 학교와 함께한 시간은 유익하고 생각 전환의 계기가 됐다. 그동안 도시와 이주할 동네만 오갔던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었다. 알차게 구성된 프로그램, 현장달인 및 선도농가와의 간담회, 귀농귀촌 우수사례 선도농가 탐방을 통해 다른 마을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농업을 목표로 하는 귀농이든 개인의 달란트를 가지고 단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가 목표인 귀촌이든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이 될만한 기회였다.
사실 우리도 농촌으로 이주하겠다고 결심했을 땐 농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내 밥상에 올라오는 먹거리만큼은 내손으로 건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다면 서로 소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이번 귀농귀촌 아카데미를 통해 마을단위 소농으로 함께하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기왕이면 얼마간의 소득도 창출하고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누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착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농인이 한 마을의 단합과 일거리 창출을 이끌어 낸 버섯 선도농가
다양한 버섯이 들어간 건강 버섯 피자 체험
지방소멸이 코앞에 닥친 현실 때문인지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전에 없이 적극적이다. 귀농귀촌 아카데미를 열고 농촌에서 살아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아도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
우리는 아무 정보도 없이 자발적으로 찾아가 터를 마련하고 고군분투 중이지만 그래도 먼저 한걸음 내딛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음을 부러워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 먼저 부딪치고 깨지는 만큼 느끼고 배우는 게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이번 귀농귀촌 학교를 통해 1박 2일 함께한 인연들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단톡방을 개설해 서로 정보 공유도 하며 인연을 이어간다.
결국 어디를 가나 사람은 더불어 살며 서로의 에너지가 되고 그 에너지가 진정한 삶의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