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고추 5종(청양, 일반, 가지, 꽈리, 아삭이), 야콘, 가지, 오이, 수박, 참외, 호박, 블루베리, 백태, 서리태, 강낭콩, 들깨, 옥수수, 쌈채소, 케일, 적겨자, 청겨자, 머위, 땅콩, 당근, 부추, 브로콜리, 청갓, 홍갓, 무, 방울토마토, 찰토마토 등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았다. 올해 우리 밭에 모종이나 씨앗으로 심은 작물들이다. 세상에나 이렇게 많을 줄이야! 무려 30종이 넘는 게 아닌가. 2년 차 초보농부의 겁 없는 행진이다. 그러니 약 500평에 이르는 밭이 부족해 더 이상 심을 곳이 없을 정도였다.
제대로 수확은 했을까!! 추운 지역이라 수확도 늦는 편이다.
이 무더운 여름에도 아침저녁 기온은 서늘하다. 7월에 감자, 쌈채소, 대파,방울토마토, 블루베리, 호박, 고추, 야콘잎, 깻잎을 조금씩 수확했다. 나머지 작물들은 속도는 더디지만 일단 보기에는 잘 자라고 있다.
꽃도 예쁘게 피우더니 달콤하게 열린 블루베리. 익어가는 대로 냉큼 먼저 따먹는다. 우리가 없을 때는 새들이 먹을테니까.
느리게 커가는 옥수수
곤충들도 행복한 건강한 땅
올해로 3년째다. 밭에 농약이며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커피박에 유용 미생물을 섞어 만든 거름을 뿌려주고 EM과 식초 소주를 희석해 소독해 주는 게 전부였다. 그밖에 수단그라스와 같은 녹비작물을 키우고 풀멀칭을 해주었다. 올해부터는 경운도 비닐멀칭도 하지 않았다. 작년과 올해 토양검정으로 땅의 변화를 살피고 있다. 건강한 토양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결과에 그간의 고생이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나비가 팔랑팔랑, 잠자리가 윙윙 날아다니고 메뚜기가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달팽이, 두꺼비, 무당벌레, 사마귀, 지렁이 등 온갖 곤충들이 눈에 띈다. 작물은 먼저 먹으면 임자! 24시간 밭에 사는 곤충들과 일주나 이주에 한 번 3~4일 정도 머무는 우리와는 게임이 안된다. 그들이 먼저 먹고 남은 것 줍줍해 먹는 수준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곤충들과 나눠먹는 줍줍 수확물들
초록으로 열려 점점 커지며 가지색으로 변하는 가지고추. 야콘잎은 데쳐서 쌈싸 먹으니 쌉싸름한 게 중독성 있는 맛.
이렇게 몇 년만 고생하면 자연농으로 게으른 농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일 년은 녹비 식물인 수단그라스만 뿌려놓고 그냥 방치해 두었으니 땅은 휴식기였다. 올해로 2년 차 농작물을 심었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자연풀들이 작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쑥쑥 자란다. 남들이 말하는 잡초가 우리에게는 멀칭 재료이자 유기물이다. 자연풀은 고맙고 필요한 존재이지만 이맘때면 이 풀베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평평한 일부 공간은 기계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좁은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이동하며 낫질을 해야 한다.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3~4일 머무는 대부분의 시간을 풀베기로 보내야 했다. 물론 지금은 도시와 이곳을 오가며 지내기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더 힘들 수도 있다. 몸이 지치고 버겁다며 아우성으로 신호를 보낸다. 생각도 몸의 신호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2~3년 고생으로는 자연이 일을 하게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몸소 체험으로 깨닫고 있다.
자연농에서 의미없는 풀은 없다. 자연풀은 멀칭과 유기물로 사용하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
베어낸 풀은 비닐 대신 멀칭용으로 사용한다
자연에서 건강한 노동과 겸손을 배우며 행복한 어른이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낯선 곳에서 새로 집을 짓고 이 넓은 마당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배워야 할 게 무궁무진하다. 꿈과 상상으로 그렸던 그림은 현실과 만나 부딪치며 자꾸 이리저리 변해간다.
우리 부부가 소박하게 살아갈 한 달 생활비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자연에서 평생 건강하게 노동하며 재미나게 놀아볼 어른이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관련 서적, 유튜브, 교육강좌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며 몇 년째 생각나무를 키워가고 있다.
이 무더위가 지나면 자연풀의 성장은 수그러들 테고 작물은 성숙으로 달콤한 열매를 선사하리라.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는 것도 여유다
요즘은 글쓰기보다 틈나는 대로 닥치고 읽기에 빠져 지낸다. 새롭게 단장한 집 주변 도서관 시설들이 너무나도 쾌적하고 책 읽기에 좋은 분위기다. 어느 날은 온종일 도서관에서 다양한 부류의 책을 섭렵하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 정해진 틀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이렇게 일상을 즐기는 것도 여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