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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Jul 10. 2023

두꺼비가 새 집 주러 왔나!

재복의 상징 두꺼비에게 소원 빌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어릴 적 흙놀이 하며 즐겨 불렀던 동요가 떠올랐다. 한쪽 손등에 흙을 잔뜩 쌓아 올리고 단단하게 만들려고 다른 한 손으로 토닥토닥 두드리며 불렀던 노래다.

흙 속에 묻어 있던 손을 빼고도 무너지지 않으면 딱 두꺼비 한 마리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생긴다. 두꺼비 집 짓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면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긴 듯 신나서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었다.


오후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다가 농막 문 앞에서 두꺼비를 만났다. 처음엔 이게 뭘까 덩치 큰 황금 개구리인가 했다. 등에 오돌토돌 돌기가 있는 걸 보니 개구리는 아니다. 모르면 검색, 두꺼비가 맞다. 다음날 아침 밭에서 또 만났다. 어제 그 두꺼비인가 하고 자세히 보았는데 아니다. 다른 두꺼비다.

재복을 불러온다는  두꺼비가 우리 밭에 나타났다

토목 공사도 중단한 상태고 지치고 힘들 때라 마음이 많이 약해져서인지 뭐에라도 의지하고 싶었던 걸까. 연달아 두 번을 만난 두꺼비에 대한 의미 부여 돌입. 두꺼비는 재복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릴 때 흙놀이 하며 즐겨 불렀던 두꺼비 집짓기. 우리 곁에 온 두꺼비가 무사히 새집 짓게 해 주려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중단된 토목 공사는 어떻게든 올해 안에 끝내야 내년 3월에 집짓기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원래 올 가을로 계약했다가 내년 3월로 미룬 상태라 더 이상 연장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집 짓기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은 두꺼비 도움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다.


두부 만들기와 함께 하는 즐거움


장맛철이니 수시로 비가 내린다. 전날 오후 비가 내려 위 아랫집 이웃들과 모여 배추 전을 부쳐 먹다가 두부 얘기가 나왔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바로 아랫집 어르신 창고에서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콩을 꺼내 밤새 불렸다. 다음날 오전에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니 밭일하기는 틀렸다. 두부 민들기에 날씨도 동참해 장단을 맞추어준다.


장작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물을 끓인다. 불린 콩을 갈아 끓는 물에 넣고 넘치지 않게 찬물을 부어가며 익힌다.  끓인 콩국물을 자루에 부어 꼭 짜준다. 이 과정에서 짜고 난 건더기가 콩비지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른 콩국물을 다시 가마솥에 부어 간수를 넣어 주니 순두부가 만들어진다. 순두부 맛도 보고 틀에 걸러 무거운 돌로 꾹 눌러주면 드디어 최종 목표인 두부가 완성된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풍경만으로도 맛있는 두부 만들기

두부 만드는 과정에서 콩국물도 한 잔 마셔보았다. 중국인들은 아침에 콩국물에 설탕을 넣어 즐겨 마신다고 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따뜻한 콩국물을 그대로 마셔도 고소하다. 콩국물, 순두부, 콩비지 등 두부 만드는 과정에서 두부 외에 세 가지 맛을 더 즐길 수 있다.


전에 여행하며 농촌 체험으로 두부 만들기를 해본 경험이 있다. 두부 만들기 전 과정을 직접 해보니 그렇게 잠시 체험해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

즉석에서  만든 순두부와 두부 반찬으로 점심을 먹었다. 하하 호호 저마다 이야기 반찬이 더해진다.

함께하는 즐거움과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먹는 맛은 세상 그 어떤 맛집도 부럽지 않다. 잠시 모든 근심을 잊고 즐겼던 순간이다.

이야기가 있는 농촌에서의 푸짐한 한 끼 밥상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리고 매 순간 눈앞에 펼쳐진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교육도 적극적으로 받아보고 사람들과 교류로 서로 정보도 주고받으며 활발하게 지내야겠다.


겨울에서 깨어나 봄인가 했더니 어느덧 무더운 한여름이다. 이렇게 순식간에 또다시 가을과 겨울의  앞에 서게 되리라.


내년에는 정착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두꺼비에게 빌어본다. 두껍아 두껍아 정착할 수 있게 새 집 다오. 그럼 우리는 너에게 헌 집이 아닌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 다양한 곤충류와 지렁이를 포식하게 해 주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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